이번이 네 번째 결혼생활이었지만 박모 씨(80)의 돈 욕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1997년 박 씨와 결혼한 이모 씨(65)는 남편의 불호령에 콩나물값 1000원에도 덜덜 떨었다. 박 씨는 1만 원이 넘는 물건을 살 때는 일일이 확인하고서야 돈을 줬다. 생활비가 모자란다는 이 씨의 하소연에 반찬값을 따져보고는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이 씨 명의의 보험료도 아까워 보험계약을 해지하라고 우겨대는 통에 이 씨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 둔 딸이 보험료를 대신 내주기도 했다.
이 씨는 참았다. 박 씨 전처의 제사를 지내는 일부터 집안일은 모두 이 씨 몫이었다. 박 씨의 친형과 장애2급인 조카까지 돌봤다. 2009년 직장암으로 수술을 받은 박 씨의 병 수발까지 들던 이 씨는 결국 건강이 악화돼 뇌수술을 받게 됐다.
박 씨는 아내 앞으로 나온 보험금 2100만 원에도 욕심을 냈다. 이 씨가 딸에게 보험금 중 1000만 원을 주려고 하자 박 씨는 “내 집에서 나가라”며 폭언을 퍼부었다. 결국 이 씨는 지난해 4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과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