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락 사회부
이 씨의 ‘꿈’을 접게 만든 것은 유급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 협상. 타임오프제 적용으로 현대차 노조는 전임자를 현재 230여 명에서 24명으로 줄여야 한다. 노사는 지난달 8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18차례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타임오프제 협상에서 “전임자를 한 명도 줄일 수 없다”는 노조와 “타임오프제는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 규정된 강제 법규로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회사 주장이 팽팽히 맞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타임오프제에 대해서는 현대차도 같은 그룹인 기아자동차의 선례에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기아차는 노조 전임자 수를 법 규정에 맞게 줄이는 대신 회사가 조합원들에게 수당을 더 지급하는 방법으로 해법을 찾았다.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더 지급된 수당을 조합비로 징수해 노조 전임자에게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
타임오프제에 대한 일반 조합원의 생각은 집행부와 딴판이다. 그동안 노조 간부들이 근무시간 중 사이버 도박이나 스크린골프, 심지어 저질 기념품 납품 알선 등 온갖 비리를 저질러 왔기 때문이다. 한 조합원은 “조합원의 뜻을 외면하고 특권의식에 젖어 있는 노조 간부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게 현장의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대차 울산1공장 벽면에는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새로운 사고, 새로운 가능성)’라는 문구가 있다. ‘신사고(新思考)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의미에서 올 초 붙였다고 한다. 새로운 생각은 회사도 필요하지만 노조에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현대차 조합원 이 씨의 ‘고향 집 수리’라는 소박한 꿈도 앞당겨 이뤄지지 않을까.
―울산에서
정재락 사회부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