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두에 ‘한국 신분증’ 치자 좌르르…네이버-다음에 입력하자 모두 일치
2일 동아일보가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검색란에서 ‘한국신분증번호’로 검색하자 수많은 한국인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사진 출처 바이두
하지만 판 씨에게는 별문제가 안 된다. 중국 포털사이트를 통해 한국인 실명과 주민번호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 씨는 친구들이 부탁하면 자기가 안 쓰는 한국인 주민번호를 주기도 한다. “2, 3년 전만 해도 주민번호를 건당 0.5위안(약 81원)씩 파는 곳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인터넷에 주민번호가 너무 많아 돈 주고 살 필요가 없다.”
한국인의 개인정보가 중국에서 마구잡이로 도용되고 있다.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도, 당국의 제재도 없다. 해커 등 범죄인들 사이에서만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누구나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쉽게 구할 수 있다.
또 다른 중국 포털사이트인 소후닷컴에도 “한국인 주민번호 남는 게 있으면 좀 달라”는 글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확실히 진짜”라는 설명과 함께 공짜로 한국인 주민번호를 남긴 답글도 많았다.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를 내려받아 한국 주민번호를 이용하는 방법도 소개돼 있었다.
중국 청소년들은 한국의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 가입한 뒤 아이템(무기나 갑옷 등 온라인게임에서 쓰는 가상물품)을 얻으면 이를 게임 이용자들에게 돈을 받고 팔기 위해 한국인 실명과 주민번호를 찾고 있다. 아이템 거래가 적발돼 기존 ID가 삭제되면 다른 한국인의 정보를 이용해 새로 가입하면 그만이라는 것.
개인정보 도용이 게임 사이트에서만 이뤄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정보에 대한 접근이 워낙 쉽다는 점에서 사기 등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인들의 실명과 주민번호는 해커들이 상업적 목적으로 빼낸 정보에서 일부가 유출됐거나, 장난으로 해킹을 한 뒤 인터넷에 살포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