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드라마 인기 소재로
“우리나라 정예 군사와 강한 화살에 화포와 조총까지 곁들이면 진격하기에 충분하다. 병사 1만 대(隊)를 뽑아 북경으로 간 후, 바다 건너 대만과 함께 청나라를 공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이덕일·역사서 ‘윤휴와 침묵의 제국’)
최근 발간된 역사소설 ‘북벌’의 주인공 윤헌은 나선정벌(羅禪征伐)을 승리로 이끈 신유 장군(1619∼1680)과 함께 전쟁에 참여해 청병(淸兵)의 실태와 조선 군대의 실전 능력을 파악한 뒤 북벌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나선정벌은 효종 때 조선 군이 청나라 군과 함께 중국 연해주 헤이룽(黑龍) 강 일대에서 러시아 군을 정벌한 역사적 사건. 역사서 ‘윤휴와 침묵의 제국’도 숙종 때 구체적인 북벌 안이 담긴 상소를 올린 조선시대 유학자 윤휴(1617∼1680)를 조명한다.
2차 정벌을 이끈 신유 장군이 남긴 출병일지 북정록(北征錄).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소설가 오세영 씨는 “북벌의 키워드는 강력한 ‘무(武)’를 기반으로 한 자립”이라고 강조했다. 거세지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독도 영토 주장 등을 겪으면서 ‘힘을 갖춘 자립’에 대한 열망이 강해지기 시작했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북벌을 긍정적으로 다룬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인기를 얻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선정벌은 효종 때 조선 군대가 청나라군대와 함께 1, 2차에 걸쳐 중국 연해주 헤이룽 강 일대에서 러시아 세력을 정벌한 사건이다.
이덕일 씨는 북벌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벌론을 무모한 치기로 보는 것은 북벌의 명분을 중시하면서도 막상 그 실행은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한 조선시대 서인, 즉 노론의 입장이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 후 주류 역사관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북벌을 꿈꾼 북벌론자를 긍정하는 것은 새롭지만 진실에 가까운 시각이며 민족적 자긍심도 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