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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손 내미는 오리온스 - 맞잡는 김승현

입력 | 2011-08-04 03:00:00


다음 달 1일 한국농구연맹(KBL) 총재에 취임하는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본보에 농구 에세이를 연재했다. 2002년 10월 29일자에 실린 첫 에세이의 제목은 ‘178cm 꼬마 가드의 힘’이었다. 동양에 첫 우승을 안긴 뒤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20년 만의 한국 금메달을 이끈 김승현(사진) 얘기였다. ‘귀신같은 플레이, 혼을 빼는 묘기, 특유의 노룩 패스’ 등의 표현으로 김승현에게 찬사를 보냈다.

9년이 흐른 현재 김승현은 연봉 이면계약 문제로 오리온스 구단과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으며 임의탈퇴 신분으로 코트를 떠날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12억 원의 임금 청구 소송에서 김승현이 승소한 뒤 오리온스는 이번 주 항소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KBL을 이끌게 된 한선교 의원에게 자신의 에세이 1회를 장식한 김승현 문제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현안이 됐다.

다행인 것은 그동안 팽팽한 평행선을 그리던 오리온스와 김승현에게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점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김승현이 법정뿐 아니라 언론을 통해 코트 복귀를 희망하면서 오리온스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상생의 길을 찾고 있다.

좀처럼 언론 접촉을 갖지 않던 김승현은 “1년 넘게 월급을 못 받아 세금도 제대로 못 내고 있다. 34세의 나이에 뛸 수 있는 날까지 코트를 지키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구단과 합의할 생각도 있다. 프로 선수라면 어느 팀에서도 뛰어야 한다”며 팀 잔류 의사까지 밝혔다.

오리온스 심용섭 사장은 “김승현의 앞길을 막을 순 없다. 항소하더라도 법원의 조정을 거쳐 양측이 타협할 수 있다. 일단 오리온스에 복귀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승현이 복귀하려면 구단과의 화해 후 임의탈퇴 철회 조치 등 KBL이 처리해야 할 절차가 많다.

추일승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오리온스는 대구에서 고양으로 연고지를 이전하며 제2의 창단을 선포했다. 김승현의 복귀는 오리온스의 재도약에 날개가 된다. 심용섭 사장과 김승현, 추일승 감독은 최근 수해를 입은 서울 서초구 우면산 주변에 살고 있는 이웃이다.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묵은 감정을 털어야 할 때다.

김승현 문제가 해결된다면 새 총재를 맞는 KBL에도 호재가 된다. 한선교 의원 역시 팔짱만 끼고 있을 수 없는 이유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