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도 몽골인도 한 가족… 이방인은 없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뒤편의 종교교회는 도심 속에 있으면서도 시골교회의 소박한 정신을 간직하고 있다. 이 교회는 110여 년의 역사속에서 분열된 감리교단의 통합에 기여했고 이제는 소외된 이웃을 세상과 굳건하게 연결하는 다리역할을 하고 있다.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beanoil@donga.com
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뒤편 종교교회(감리교)에서는 특별한 ‘친정엄마 결연식’이 열렸다. 탈북 과정에서 남편이 오지 못해 싱글맘이 된 여성 150명이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새 친정엄마를 맞았다. 박홍자 씨(68)는 새 딸과 외식도 하고 영화도 보고 최근에는 여행도 다녀왔다. 박 씨는 “친정엄마라는 게 특별할 게 있느냐”며 “늘 곁에 있어주고 요즘처럼 비올 때는 함께 부침개도 해 먹는다”고 말했다. 의지할 곳 없는 탈북 싱글맘에게 새 친정엄마는 큰 버팀목이다.
도심 빌딩 사이, 이 교회의 이름은 종교(宗敎)가 아닌 종교(宗橋)교회였다. 으뜸다리라는 의미로 신자들 사이에선 ‘다리교회’로 불린다.
최이우 담임목사
몽골근로자 80여 명도 이 교회를 자주 찾고 있다. 이들은 아이들을 맡길 마땅한 이웃이 없거나 언어 때문에 양육에 어려움을 겪었다. 교회는 이 같은 사정을 듣고 위탁시설을 만들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 교회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소박함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겸손함이다. 매주 2000명이 넘는 교인이 출석하지만 2층으로 된 예배당은 시골교회처럼 소박하다. 설교를 하는 강대에는 흔한 꽃꽂이 하나 없이 나무십자가와 교인들이 돌아가며 손으로 직접 쓴 성경책만 놓여 있다.
“종교교회는 도심 속 시골교회 같아요. 역사도 오래됐지만 무엇보다 탈북자와 다문화 섬김을 통해 묵묵히 ‘아버지 교회’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한국교회희망봉사단 사무총장인 김종생 목사의 말.
최근 종교교회에서 열린 친정엄마 결연식에서 탈북자 출신 싱글맘들과 남한의 새 친정엄마들이 포옹하고 있다. 종교교회 제공
호화로운 교회 건물 속에서 갈등이 끊이지 않는 일부 대형 교회와 비교할 때 종교교회의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습도 없고 이권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전임 목회자는 최 목사에게 교회를 맡기고 노인선교에 힘을 쏟는 작은 교회를 개척했다.
“앞으로도 종교교회는 사람과 하나님의 사랑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할 겁니다. 그런데 다들 하는 일인데요(웃음).”(최 목사)
현재 감리교단은 2009년 교단 최고지도자인 감독회장 선거의 후유증으로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물었더니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최이우 목사의 ‘내가 배우고 싶은 목회자’ 나원용 목사▼
은퇴 후 노인선교 힘쓰는 모습 감동
전임 담임목사 나원용 목사(79·사진)는 은퇴 후 현재 서울 종로구 인사동 ‘늘 푸른 교회’를 개척해 노인 사역에 앞장서고 있다. 다음은 최이우 목사의 편지글이다.
존경하는 나원용 목사님.
7년 전 저녁이나 먹자고 우리 부부를 불러 손수 쓴 축하카드를 주며 “최 목사, 생신을 축하해. 나보다도 목회 더 잘해줘 너무 고마워”라고 한 말씀을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감격하는 제게 “우리는 가족이잖아”라고 하신 것도 너무 행복한 기억입니다.
2003년 종교교회 22대 담임목사로 취임할 때 들은 목사님 말씀이 예수님 말씀 같았습니다. “선한 목자로서 주님의 양들을 잘 돌보아라.” 교회가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옆에서 111년을 지내왔지만 ‘도심 한가운데 있는 시골교회’ 같은 가족적 정서가 흐르고 있는 것은 원로목사님께서 27년을 사랑으로 성도들을 돌보신 열매입니다.
나 목사님, 은퇴하신 후에 종로에 작은 사무실 하나를 내시고 노인 선교센터를 운영하면서 여러 일을 하시지요. 무엇보다 은퇴 목사님 부부를 위해 처음 20여 명으로 시작하신 늘 푸른 교회에서 지금은 100여 명이 모여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는 모습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저도 은퇴하면 목사님 계신 교회로 가렵니다. 10년 후 꼭 저를 후임 목사로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목사님 아호(雅號)인 범송(凡松)처럼 평범하게 사시는 것 같으나 항상 푸르고 당당해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시는 목사님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