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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 카페]中 황샤오양 장편소설 ‘2인자’

입력 | 2011-08-06 03:00:00

바닥서 2인자로 도약하는 법
中 관료사회 직장인들의 로망




중국에서는 직장 상사를 어떻게 부를까. 얼핏 생각하기엔 한국처럼 과장님이나 국장님 같은 호칭을 사용할 것 같지만, 중국 관료들이 상사를 부르는 호칭은 훨씬 다양하다. 최근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소설은 공식 장소와 사적인 자리, 더 높은 상사가 있는 곳 등 상황과 친소(親疎) 관계에 맞추어 호칭을 달리하라고 조언한다. 호칭이야말로 상사와의 관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매개체라고 설명한다. 올해 5월 중국 충칭(重慶)출판사가 내놓은 황샤오양(黃曉陽)의 장편소설 ‘2인자(二호首長)’다.

이 소설은 수천 년 이어온 중국 관료사회의 속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3개월 만에 중국 포털 시나닷컴(新浪網)의 ‘맛보기 코너’ 책 소개문을 누리꾼 약 4000만 명이 클릭했다. 7월 말 현재 최대 인터넷서점인 당당(당당)망에서 소설 분야 10위, 최대 오프라인 서점인 신화(新華)서점에서는 6위에 올라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인구 수천만 명의 장난(江南) 성에서 발행되는 장난일보의 탕샤오저우(唐小舟) 고급기자는 직장에서는 총편(總編·편집국장)으로부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가정은 바람난 아내 때문에 풍비박산이다. 탕 기자도 미모의 젊은 여기자에게 찝쩍대다 퇴짜를 당하는 등 인생이 바닥을 향하고 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성의 1인자인 자오더량(趙德良) 당서기의 비서로 발탁된다. 그 뒤 자오 서기의 신임을 얻는 과정, 또 그의 신임 아래 성 2인자인 천윈다(陳運達) 성장을 제치고 사실상 2인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중국 관료사회의 내부를 흥미진진하게 그린 데다 직장 생활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처세술도 곳곳에 녹아 있다. 어떻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상사의 권위를 세울 수 있는지, 크고 작은 위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지나치게 까다롭거나 소심한 사람들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등등을 조목조목 알려준다.

눈에 띄는 대목은 중국 관료사회의 막강한 ‘문고리 권력’이다. 최고책임자를 움직이려면 비서를 먼저 움직이라고 조언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비서를 움직여 비서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라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훨씬 효과적으로 최고책임자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전형적인 ‘관료소설’이다. 중국에서 독특하게 발달된 장르인 관료소설은 한국보다 약 100배 넓은 땅을 오랫동안 다스려온 중국의 거대한 관료사회를 그려내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적나라한 권력투쟁과 승패, 공무원들만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중국인은 전통적으로 관료를 최고의 직업으로 꼽아왔고 요즘도 그렇다. 공직은 여전히 권력과 부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지름길로 여겨진다. 관료소설이 환영받을 수밖에 없는 토양이다. 현대적 의미의 관료소설은 1998년 왕웨원(王躍文)이 ‘궈화(國畵)’를 내면서 개척했다. 이후 10여 년 동안 ‘성서기(省委書記)’ ‘베이징 연락처 주임(駐京辦主任)’ 등 관련 작품이 꼬리를 물었다.

중국의 옛 사람들은 관료사회를 ‘바다(海)’라는 단어로 표현했다고 한다. 넓고 깊어 온갖 일이 벌어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런 관료사회를 배경으로 삼았기에 스토리가 흥미롭다. 무엇보다 험한 바다에서 벌어지는 생존을 위한 갖은 처세술은 다른 직장에서도 언제든 적용해 볼 수 있다. ‘옥에 티’라면 관료소설의 무대가 실질적인 힘을 가진 정부인 탓에, 작가가 내용을 꾸려내는 데 줄곧 적당히 ‘수위 조절’을 한다는 점이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