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28개국 101개 축제 소개…예술가들에게 ‘가이드’ 됐으면”
축제는 그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작은 공연 하나에도 열광하고, 옆 사람의 땀 냄새마저도 흥분을 더한다. 공연기획자이자 세계축제연구소장인 유경숙 씨(사진)는 “다양한 공연이 군중의 열정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게 바로 축제”라고 강조했다.
1999년 ‘난타’의 문화 마케팅을 맡으며 공연예술계에 뛰어든 유 씨는 2007년 초 해외 공연시장 정보를 수집하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세계 여행길에 올랐다. 그런데 유명하다는 공연을 보러 가면 항상 그곳엔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음악과 연극, 무용, 오페라, 퍼포먼스, 비주얼 아트 등 모든 공연의 집약체가 이들 축제였던 것이다. 그렇게 4년 6개월 동안 전 세계 380여 개의 축제를 체험했다.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과 프랑스의 아비뇽 페스티벌 등 유명한 축제만 있는 줄 알고, 거기에만 기를 쓰고 가려고 해요. 하지만 공연 내용을 알아보고 참가하면 달라져요. 예를 들어 한국의 줄타기라면 에든버러나 아비뇽보다는 스페인의 트래피즈 서커스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게 좋죠.”
유 씨는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국내 축제들에 대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서민들의 놀이에서 발전한 자연스러운 축제가 아니라, 지자체가 정치적 이유로 만든 인위적인 축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렇기에 축제들이 차별성이 없고 비슷비슷하다는 것. 관광 효과 제고라는 목적으로만 접근하는 것도 문제다. 예술성이나 그 지역의 특색이 배제되면 축제의 생명력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는 “불필요한 것은 빼고 축제 하나하나 본연의 것을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책을 통해 유럽 축제의 다양한 면면을 알린 그는 조만간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축제를 소개하는 책을 낼 예정이다. “유럽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세련되진 않지만 날것 그대로의 펄떡임을 느낄 수 있죠.”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