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잡 셰어링’에 은행들 勞勞갈등 우려
신입행원들의 임금 복원 문제가 은행권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6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KBS 88체육관에서 열린 전국금융노조집회에 참가한 은행원들이 ‘신입초임 원상회복’을 요구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정부는 2009년 초임을 20% 정도 깎아 마련한 재원으로 신입직원 채용을 늘리는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 정책을 내놓은 지 2년 만에 기존 직원의 임금인상 폭을 줄여 신입직원의 임금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전체 임금인상률이 4%라면 기존 직원 임금은 2%만 올리고 신입직원은 6% 올려 보전하는 방식이다. 또 신입직원 초임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해 논란의 불씨를 남겨 놓았다. 정부는 신입직원이 연봉 격차 때문에 느끼는 박탈감을 줄이려는 ‘정책 수정’이라고 하지만 일자리 창출효과가 미미했던 ‘정책 실패’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 실패한 잡 셰어링, 밀어붙이는 정부
실제로 은행권의 일자리 창출효과는 크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2009년 일주일에 3일 근무하는 인턴사원 600명을 뽑아 6개월 정도 채용한 적이 있지만 지난해와 올해 채용실적은 미미하다. 하나은행 인턴채용 규모는 2009년 506명에서 지난해 23명으로 급감했다. 인턴 근무 후 정규직으로 고용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예를 들어 4대 시중은행 인턴 중 정규직으로 채용된 비율은 평균 2%에도 못 미친다. 4대 은행의 정규직 신규 채용규모는 2008년 1550명에서 2010년 1319명으로 되레 줄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잡 셰어링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신입직원의 임금 복원은 필요하지만 초임 삭감조치 자체는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직원의 임금을 줄여 1∼3년 차 직원에게 임금을 더 주더라도 매번 회계연도를 넘겨 새로 입사하는 직원은 전년도에 들어온 직원보다 20% 덜 받는 모순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계에선 “2년 전 정부가 아랫돌(신입직원 임금) 빼서 윗돌(기존 직원 임금)을 괴더니 이제는 윗돌 빼서 아랫돌을 괴려 한다”는 말이 나온다.
○ 상처 받은 신입들, 가슴에 독을 품다
입사 2년 차인 C은행의 한 여직원은 “1, 2년 선배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을 할 때도 많은데 20%나 적은 연봉을 감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임금을 보전해준다고 해도 이미 깎인 연봉은 영원히 못 돌려받는다는 점도 억울하다”고 말했다. D은행의 3년 차 직원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6일 기존 직원에게 낮은 임금인상률을 적용하는 초임 복원 방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연 것에 대해 “기존 직원이 대다수인 노조가 수수방관하다 기존 직원이 손해를 볼 것 같으니까 뒤늦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동규 은행연합회 회장과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9일 만나 신입직원 초임복원 문제를 올해 임금·단체협상 안건에 넣을지를 논의한다. 은행연합회는 개별 은행이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긋는 반면 노조 측은 임금협상 때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대외 상황이 급변한 점 때문에 임금복원작업이 다소 지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