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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잡는 카카오톡… 수사관이 미녀 가장해 접속, 도주범 검거

입력 | 2011-08-08 03:00:00

국제 대마초 밀매단 추적 일망타진하기도




무려 2000만 명이 가입한 휴대전화용 메신저 ‘카카오톡’이 범죄자 검거에 큰 활약을 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전 세계 어디서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사용자 간에 무료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휴대전화용 서비스. 휴대전화번호로 간단한 인증 절차만 거치면 실시간으로 채팅을 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김모 수사관이 카카오톡을 수사에 이용할 생각을 한 것은 5월 말. 김 수사관은 음주운전 이후 불구속 상태에서 도주한 김모 씨(39)를 반 년째 쫓고 있었지만 행적의 단서조차 찾을 수 없었다. 김 수사관은 입수한 김 씨의 휴대전화번호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카카오톡의 프로필 사진을 미모의 20대 여성 사진으로 바꾼 뒤 여성 의류 피팅모델(패션디자이너 또는 의류업자가 실제 사람의 착용감, 외관 등을 점검하기 위해 활용하는 모델)로 가장했다. 서로 모르는 A 씨와 B 씨가 카카오톡 사용자일 경우 A 씨가 B 씨의 전화번호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하면 자동으로 B 씨 카카오톡 ‘친구 추천’ 목록에 A 씨의 프로필이 뜨게 된다. 난데없이 아리따운 여성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저장했다는 사실을 안 김 씨는 혹시 과거에 알던 여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틀 후 김 수사관의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너무 아름다우신데…, 혹시 저랑 아는 사이가 맞으신지요?’

이후 김 수사관은 김 씨에게 경기 성남시 남한산성에서 닭백숙을 먹자고 불러내 결국 김 씨를 검거했다. 김 수사관은 “김 씨가 거주지 불명 상태인 데다 병원 진료기록조차 일절 없어 수사가 답보 상태에 놓여있었다”며 “김 씨가 스마트폰을 이용한다면 카카오톡을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도했는데 도둑이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도 카카오톡을 이용해 국내외를 오가며 대마초를 판매한 교포 2세와 유학생들을 대거 검거했다. 이들은 국내에서 대마초를 직접 재배하거나 미국에서 밀반입한 뒤 이를 시중에 유통시켰다. 이들 역시 카카오톡을 사용하다가 덜미를 붙잡혔다.

국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용의자가 증거 인멸을 위해 치밀하게 휴대전화 속 문자메시지까지 모두 삭제했지만 정작 카카오톡은 깜박했는지 계속 사용했다”며 “해외에서도 카카오톡 서비스가 무료이다 보니 용의자들이 해외의 범인과 함께 카카오톡으로 범행 관련 계획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문자메시지는 저장 용량에 한계가 있는 반면에 카카오톡은 사용자가 지우지 않는 이상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시간 순서대로 휴대전화에 남아 있어 경찰 수사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은 송장(보내는 짐의 내용을 적은 문서)번호를 이용해 국내외 유통경로를 파악했고, 또 카카오톡으로 구매를 원한다고 연락을 해오는 사람들도 현장에서 모두 검거할 수 있었다.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 관계자는 “최근 들어 카카오톡 메신저를 이용해 범인 검거를 시도하고 있으니 도움을 달라는 수사 기관의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며 “카카오톡이 대중화되다 보니 새로운 수사기법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