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이씨 무안대군파 등 9개 가문 족보 분석 논문
이 논문은 4, 5일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과 계명대 동산도서관에서 열린 ‘동아시아 족보의 특성과 연구과제’라는 주제의 한국학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논문에 따르면 18세기 말부터 19세기(1780∼1899년)까지 20세 양반 남성의 기대여명(期待餘命)이 평균 32.58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선의 르네상스’로 불리는 18세기(1700∼1779년)와 일제강점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세기 전반기(1900∼1945년)는 같은 대상의 기대여명이 평균 38∼39세였다. 여기서 사망력은 연령별 사망률을, 기대여명은 사망력 분석을 통해 특정 연령의 사람이 앞으로 몇 년 더 생존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예상수명을 뜻한다.
특히 두 연구자는 18세기 사망력이 농사의 풍흉 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 반면 19세기는 풍흉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회지배층인 양반이 흉년으로 굶어죽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흉년이 들어 가난한 계층에서 사망자가 많아지면 전염병이 유행함에 따라 양반의 사망력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풍흉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사망력이 지속적으로 높다는 건 19세기 조선사회가 만성적인 기근 상태에 놓여있음을 의미한다.
박 교수는 “18세기 말 이후 농업생산력이 인구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통치체제와 경제시스템마저 붕괴됐다. 양반도 사회변동으로 수가 점차 늘면서 일반 백성 못지않게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높은 사망력과 낮은 기대여명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반면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사망력이 낮아진 것은 경제적 상황이 좋아졌다기보다는 우두 접종 등 서양의학의 도입으로 유아사망률이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성균관대와 계명대가 공동 주최한 이번 학술대회는 동아시아 각지의 족보를 비교사적으로 검토해 한국 족보의 특성을 새롭게 인식하고자 하는 취지로 마련했다. ‘고문서를 통해 본 족보 간행 과정상의 분쟁’ ‘족보에 나타난 성씨 이주와 지역의 역사’ 등 족보를 둘러싼 조선시대의 흥미로운 사회현상을 분석한 논문이 다수 발표됐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