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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의 거짓말… ‘무상급식 친환경 쌀 농약검출’ 31%→11% 축소

입력 | 2011-08-09 03:00:00

조사대상은 26곳인데 76종 조사했다고 발표
‘친환경 급식’ 무용론 제기




서울시교육청이 친환경 무상급식에 사용하는 친환경 쌀에서 잔류 농약이 검출된 사실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시교육청은 무상급식용 친환경 쌀 76종을 조사한 결과 8종(11%)에서 농약 성분이 나왔다고 7일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26개 학교에서 사용하는 쌀을 검사했고, 그중 8곳(31%)에서 잔류 농약이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 조사 대상 31%에서 농약 검출

동아일보가 8일 서울시 정문진 교육의원(한나라당)을 통해 입수한 ‘친환경 무농약 쌀 잔류농약 검사 결과’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6월 28일 무작위로 선정한 26개교의 친환경 쌀을 조사하도록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의뢰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이 중 8곳에서 잔류 농약이 검출됐다고 통보했다. 당시 조사는 인천의 학교급식에 사용된 친환경 쌀에서 농약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온 뒤 시작됐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76종에 대해 잔류 농약 검사를 한 결과 8종에서 미량의 농약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시교육청이 요청하기 전에 쌀 생산지인 광역자치단체 등이 조사한 50종을 자료에 포함시킨 것. 이 가운데 최근 한 달 사이 검사를 한 것은 8종뿐이었고 22종은 무상급식을 시행하기 전인 작년 검사 결과였다.

시교육청은 방학 직전인 지난달 11일에야 농약이 검출된 쌀을 사용하는 학교에 반품을 하거나 거래를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다른 학교에는 알리지 않았다. 검출된 농약은 적은 양이지만 해당 학교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이 사실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

A 초등학교 교사는 “농약이 검출됐다고 알려왔는지 전혀 모른다”며 황당해했다. B 초등학교 교장은 “학부모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일단 반품 처리만 했다”고 말했다.

C 초등학교 교장은 “우리 학교가 쓰는 쌀을 관내 15개 학교가 공급받는데 전체를 조사하면 농약이 나오는 쌀을 쓴 학교가 더 늘 거다. 다른 업체 쌀을 쓴다고 해도 또 농약이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어 불안하다”고 했다.

○ 비싼 돈 내고 꼭 친환경 급식 해야 하나

인천에 이어 서울에서도 급식용 친환경 쌀에서 잔류 농약이 나오자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로 무상급식을 하려면 일반 쌀에 비해 예산을 더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의 ‘서울시 무상급식 추정예산’ 자료에 따르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친환경 급식을 하면 일반 급식보다 한 끼에 187원, 중고교는 234원이 비싸다. 모든 학교가 친환경 무상급식을 할 경우 일반 급식보다 연간 500억 원 정도가 더 든다.

이 예산으로 모든 식재료를 친환경으로 구입하기도 힘들다. 시교육청은 올해 초등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하면서 한 끼 단가를 2457원으로 정했다. D 초등학교 영양담당 교사는 “쌀이 아닌 다른 재료는 친환경 제품을 사기 어려워 완전한 친환경 급식이라고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친환경 쌀의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생산된 친환경 쌀(무농약 이상)은 22만9000t.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교가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면 연간 17만 t(1인당 120g씩 180끼 기준)이 필요하다. 전체 생산량의 75%를 학교급식에만 써야 한다는 얘기다.

김정래 부산교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친환경 농산물의 실효성과 공급 방식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상황에서 친환경 급식을 한다는 것은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친환경 재료만 쓴다고 하면 예산에 더욱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