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군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전력대란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전 스트레스 테스트(내구성 진단) 실시 방침에 따라 전력대란 공포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6개월 이상 걸리는 테스트 기간에 원전 가동이 중단될 경우 대지진 피해에서 겨우 벗어나려는 산업계 전반에도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전력대란이 이웃나라 일본 만의 일일까. 국내 전력시장을 한 번 살펴보자. 올여름 폭염으로 예비전력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전력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늘어나는 냉방수요로 곳곳에서 정전사태를 빚는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부는 올여름 최대전력수요가 7477만 kW로 전망되지만 전력 공급능력은 7897만 kW에 불과해 빠듯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전력 공급량이 충분치 못해 전력대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공급 예비력은 420만 kW, 예비율 5.6%로 마지노선인 400만 kW 이하로 떨어질 경우 대규모 정전사태마저 우려된다. 다행히 우리는 전기 생산의 주요 에너지원인 원전 21기 모두를 정상 가동해 국가 전력의 3분의 1 가까이 공급하고 있어 큰 탈 없이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원자력 발전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걱정하고 ‘방사능 비’라는 과장된 보도에 더욱 공황 상태를 경험했다. 그러나 우리 원전의 이용률은 세계 평균을 훌쩍 뛰어넘으며 원전 운영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제 원전에 대한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원자력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다. 원전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판단이 절실하다. 우선 불필요하게 증폭되는 ‘원전 공포심’도 진정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와 원전 운영자들도 안전에 안전을 더하고 어떤 천재지변에서도 안전하게 운영해 국민에게 신뢰감을 줘야 한다.
인류는 항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발전해 왔다. 일본 대참사를 교훈으로 더 깊은 안심을 주도록 한다면 원전만큼 좋은 에너지원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박군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