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무치한 S&P… 자업자득 美정치권
먼저 S&P의 신뢰성 결여에 대해 얘기해 보자. S&P가 미국의 등급을 떨어뜨린 것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후안무치(chutzpah)’다. 부모를 죽인 뒤 이제 고아가 됐으니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간청하는 자식을 표현할 때 쓸 수 있는 말이다.
미국의 현재 재정 적자는 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 침체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S&P는 다른 평가기관과 마찬가지로 금융위기를 불러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 기관이 최고 등급인 ‘트리플 A’ 등급을 부여한 모기지 자산들은 쓰레기가 됐다. S&P는 세계 경제에 공황을 불러온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닥친 순간까지도 A 등급을 부여했다. 자신들이 A 등급을 부여한 기업이 파산한 후 내놓은 것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보고서다.
이번 미국의 경우뿐만이 아니다. 신용평가기관들은 아직 투자자의 믿음이 있는 국가의 등급을 떨어뜨릴 때마다 지속적으로 오류를 범했다. 일본의 사례를 보라. S&P는 2002년 등급을 내렸지만 그 후 9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여전히 자유롭고 싸게 자금을 빌릴 수 있다. 10년물 일본 국채는 금리가 1%에 불과하다. (따라서) S&P의 미국 등급 하락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이들의 판단은 우리가 전혀 믿을 만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은 실제로 커다란 문제를 갖고 있다. 단기나 중기의 재정적 수치를 말하는 게 아니다. 미 정부는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아무런 애로가 없다. 우리가 언젠가는 이자를 붙여 갚아야 할 빚을 쌓아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앞으로도 몇 년간 큰 재정 적자가 발생해도 미국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주는 충격은 매우 적을 것이다.
미국에 대한 믿음을 떨어뜨리는 것은 재정적인 숫자가 아니라 정치다. 우리의 문제는 극단적인 우익의 부상으로 비롯됐으며 이들은 반복적으로 위기를 불러올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의 장기적 재정 적자 문제는 해결하기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은 다른 어느 선진 국가보다 의료비용이 높은 반면 국제 기준에 비해 세금은 낮다. 이런 문제를 국제적 상식에 맞게 조정하면 재정 문제는 풀리게 되어 있다.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