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앞에서 끌려간 아들, 피투성이로 돌아왔다송파署, 5명 구속 8명 입건
서울 송파경찰서는 10일 경기 광명시 G고교에 다니는 윤모 군(18·고3)을 9시간 동안 끌고 다니며 폭행한 혐의로 김모 군(18·G고 3년) 등 5명을 구속하고 김모 양(15)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군 등은 윤 군의 전 여자친구였던 김 양에게서 윤 군이 자신들을 욕하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군 등은 6월 말 광명시 G고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온 윤 군을 납치해 서울 송파구에 있는 거여역까지 끌고 갔다. 이 과정에서 아들로부터 구조 요청을 받은 윤 군의 어머니 민모 씨(47)가 거여역까지 김 군 등을 말리며 따라갔으나 이들은 민 씨를 따돌리고 윤 군과 함께 사라졌다.
김 군 등은 거여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의 재개발 지역으로 윤 군을 끌고 가 이 지역 빈 건물 지하, 빌라 주차장, 아파트 인근 공원 등을 돌며 집단으로 윤 군을 구타했다. 또 윤 군이 반항하지 못하도록 칼로 위협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인근 지역을 돌며 윤 군을 폭행한 것은 주민이나 시민들에게 폭행 장면을 들키지 않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할 때는 남들이 윤 군의 폭행당한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곰 인형으로 가리기도 했다.
또 이들은 13명이 윤 군을 공평하게 때린다는 이유로 스톱워치로 3분씩 시간을 재면서 폭행했으며, 윤 군이 정신을 잃으면 깨어나도록 물을 끼얹었다. 마지막 폭행 장소인 놀이터에서는 윤 군의 머리를 비닐로 싸매고 약 40cm의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파묻기도 했다.
윤 군의 어머니 민 씨는 김 군 등의 행방을 놓친 뒤 휴대전화 친구 찾기 기능으로 아들을 찾으려 했지만 김 군 등이 미리 윤 군의 휴대전화 배터리를 빼놓은 상태라 추적이 불가능했다.
윤 군은 다음 날인 22일 오전 6시경 마지막 폭행 장소였던 공원에서 쓰러진 채 주민에게 발견됐다. 가해자들은 윤 군이 발견되기 직전 순찰차가 인근을 지나다니자 도망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윤 군은 집단 폭행으로 늑골 네 개가 부러지고 항문을 다쳐 사건 직후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할 정도였다. 또 코뼈가 부러지고 몸 곳곳의 근육이 파열되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어 한 달간 입원한 뒤 현재까지 통원치료 중”이라며 “얼굴도 피투성이가 된 채 퉁퉁 부어 사건 직후 어머니조차 아들을 알아보지 못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윤 군은 폭행의 충격으로 친척집으로 거처를 옮긴 뒤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가해자인 김 군 등의 가족은 경찰 조사에서 “윤 군이 전 여자친구인 김 양에게 나쁜 짓을 많이 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 폭행은 인정하지만 모래에 머리를 파묻은 것은 아니며 윤 군도 맞을 짓을 해 맞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