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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이 9시간 밤샘폭행 ‘막장 10대’

입력 | 2011-08-11 03:00:00

어머니 앞에서 끌려간 아들, 피투성이로 돌아왔다송파署, 5명 구속 8명 입건





자신들을 험담하고 다닌다는 이유로 10대 남학생을 9시간 동안 끌고 다니며 집단으로 폭행한 무서운 10대 남녀 청소년이 대거 검거됐다. 이들은 폭행은 물론이고 피해 남학생의 머리를 땅에 파묻는 등 조직폭력배를 방불케 하는 행태를 보였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0일 경기 광명시 G고교에 다니는 윤모 군(18·고3)을 9시간 동안 끌고 다니며 폭행한 혐의로 김모 군(18·G고 3년) 등 5명을 구속하고 김모 양(15)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군 등은 윤 군의 전 여자친구였던 김 양에게서 윤 군이 자신들을 욕하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군 등은 6월 말 광명시 G고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온 윤 군을 납치해 서울 송파구에 있는 거여역까지 끌고 갔다. 이 과정에서 아들로부터 구조 요청을 받은 윤 군의 어머니 민모 씨(47)가 거여역까지 김 군 등을 말리며 따라갔으나 이들은 민 씨를 따돌리고 윤 군과 함께 사라졌다.

김 군 등은 거여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의 재개발 지역으로 윤 군을 끌고 가 이 지역 빈 건물 지하, 빌라 주차장, 아파트 인근 공원 등을 돌며 집단으로 윤 군을 구타했다. 또 윤 군이 반항하지 못하도록 칼로 위협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인근 지역을 돌며 윤 군을 폭행한 것은 주민이나 시민들에게 폭행 장면을 들키지 않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할 때는 남들이 윤 군의 폭행당한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곰 인형으로 가리기도 했다.

또 이들은 13명이 윤 군을 공평하게 때린다는 이유로 스톱워치로 3분씩 시간을 재면서 폭행했으며, 윤 군이 정신을 잃으면 깨어나도록 물을 끼얹었다. 마지막 폭행 장소인 놀이터에서는 윤 군의 머리를 비닐로 싸매고 약 40cm의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파묻기도 했다.

윤 군의 어머니 민 씨는 김 군 등의 행방을 놓친 뒤 휴대전화 친구 찾기 기능으로 아들을 찾으려 했지만 김 군 등이 미리 윤 군의 휴대전화 배터리를 빼놓은 상태라 추적이 불가능했다.

윤 군은 다음 날인 22일 오전 6시경 마지막 폭행 장소였던 공원에서 쓰러진 채 주민에게 발견됐다. 가해자들은 윤 군이 발견되기 직전 순찰차가 인근을 지나다니자 도망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윤 군은 집단 폭행으로 늑골 네 개가 부러지고 항문을 다쳐 사건 직후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할 정도였다. 또 코뼈가 부러지고 몸 곳곳의 근육이 파열되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어 한 달간 입원한 뒤 현재까지 통원치료 중”이라며 “얼굴도 피투성이가 된 채 퉁퉁 부어 사건 직후 어머니조차 아들을 알아보지 못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윤 군은 폭행의 충격으로 친척집으로 거처를 옮긴 뒤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가해자인 김 군 등의 가족은 경찰 조사에서 “윤 군이 전 여자친구인 김 양에게 나쁜 짓을 많이 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 폭행은 인정하지만 모래에 머리를 파묻은 것은 아니며 윤 군도 맞을 짓을 해 맞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