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기사 스크랩… 평전도 쓰고 포트폴리오도 만들어요”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너 왜 그리 표정이 어둡니?”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승철이가 물었습니다.
권영부 서울 동북고 교사 NIE한국위원회 부위원장
며칠 뒤 다시 만나 제안을 했습니다. “그래, 지금부터라도 너의 고민을 풀어 보자. 출발은 신문 스크랩이다.” 승철이는 신문에서 해양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기 시작했습니다. 6개월이 지난 뒤에는 자신의 꿈을 담은 멋진 스크랩북을 만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신문 스크랩에 꿈과 희망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방법을 알아보기로 해요.
1. 신문으로 평전을 만들자
동아일보 7월 30일자 22면에는 ‘첫 출전하니 다른 별 온 기본…스타들이 외계인 같아 보였죠’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한국 최초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예선을 통과한 모명희 씨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동아일보 7월 30일자 22면.
이처럼 특정인과 관련된 내용을 스크랩하면 개인의 역사가 됩니다.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을 골라 기사를 모아 보세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잘 알려진 사람 위주로 말이죠. 유명인의 동정이나 활동상을 스크랩한 뒤에는 평전을 써보세요. 평전은 개인의 일생을 소재로 평가를 곁들여 적은 전기문을 말합니다. 1년 또는 2년 정도의 기간을 정해 스크랩한 내용을 바탕으로 유명인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덧붙이면 멋진 평전이 완성됩니다.
동아일보 7월 30일자 25면.
먼저, 알아둘 점이 있습니다. 한 우물을 파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물을 긷기 위해 땅을 파서 지하수를 괴게 하려면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급한 마음에 이곳저곳으로 옮겨가며 들쑤시기보다 처음 파내려 간 곳을 계속 파고들면 맛있는 샘물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꿈꾸는 분야를 신문에서 찾아 꾸준히 스크랩하면 멋진 꿈통장이 생깁니다. 맛있는 샘물을 헛되게 버리지 않으려면 통장에 저금하듯 ‘물동이(스크랩 북)’를 모아야겠지요?
건축학자를 꿈꾸는 학생은 동아일보 7월 30일자 25면의 기사를 읽어 보세요. 옛 서울역사의 복원과 관련한 내용입니다. 신문만 스크랩하지 말고, 1×1m짜리 유리 64장으로 구성된 새 중앙홀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어떻게 설계하고 시공하는지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더 구체적으로 알아봐야 합니다.
어떤 분야에 대해 스스로 알아보고 자료를 정리하는 자세와 능력을 갖춰야 자신의 꿈을 야무지게 다지고, 실제로 이룰 수 있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잖아요? 스스로 하려고 해야 부모님이나 선생님이나 친구가 도울 수 있는 겁니다.
3. 신문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자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는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는 작품이나 관련 내용을 집약한 일종의 작품집을 말합니다. 입학사정관은 이를 검증해 학생의 창의력이나 잠재적 역량을 평가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정치학과를 희망하는 학생은 정치면이나 정치 관련 기사를 눈여겨보는 겁니다. 정치행위는 찬반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양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와 함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세요. 동아일보 7월 30일자 6면의 기사(한나라 ‘호남 포기론’ 찬반 팽팽)를 스크랩하고 찬반 쟁점과 근거를 요약하는 식이지요. 꾸준히 하면 논술이나 면접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동아일보 7월 30일자 6면.
4. 신문으로 가족일기를 쓰자
일기는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이나 느낌을 적는 개인의 기록입니다. 신문일기는 말 그대로 신문에서 일기의 소재를 찾고 이에 대한 느낌을 글로 쓰는 식입니다. 가장 관심 있게 읽은 기사를 스크랩하고 자기 생각을 쓰면 됩니다.
가능하면 가족이 함께하는 신문일기를 권합니다. 공책을 준비한 뒤에 여러분이 먼저 재미있게 읽은 기사를 스크랩하고 감상문을 쓰세요. 그 뒤에다가 부모님의 생각을 덧붙이도록 부탁하세요. 인터넷에서 댓글을 이어주는 방식과 비슷하죠?
가족 모두가 참여해보면 모두의 생각이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과 부모님의 생각이 다르다면, 여러분과 형의 생각이 다르다면 왜 그런지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오늘 당장 신문일기장을 준비해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나누면 집안 분위기가 더욱 좋아지겠죠?
권영부 서울 동북고 교사 NIE한국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