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통제가 풀린 5월에 시리아 비자를 받았다. 수도인 다마스쿠스에서 택시로 달려간 하마의 잔해. 이제껏 본 가장 오싹한 광경이었다. 축구 경기장 4개 규모의 지역이 돌풍에 휩쓸린 듯했다. 하지만 그건 자연재해가 남긴 상처는 아니었다. 소수파인 알아사드 정권의 알라위파가 다수의 수니파 무슬림의 도전에 전례 없는 야만적 방법으로 보복한 것이었다. 하마는 ‘킬링필드’였다. 국제사면위원회(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약 2만 명이 숨졌다. 나는 고심 끝에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 ‘하마 룰(하마 시의 규칙).’
하마 룰은 아랍 세계의 지배적인 통치 방식이었다. 이른바 ‘공포에 의한 통치’다. 이런 방식은 사람들의 뇌리에 공포를 각인시킴으로써 반역 자체를 꿈꿀 수 없게 만든다.
이게 바로 오늘날 아랍 세계를 관통하는 새로운 하마 룰과 기존 하마 룰의 대결이다. “나는 당신들(지도자)을 두렵게 할 것이다” 대 “우린 더는 두렵지 않다”의 대결인 셈이다.
이를 통해 구체제들이 사라지면 아랍 공동체가 하나의 시민으로 뭉칠 수 있을까. 만인의 만인에 대한 공포가 아닌 상호 존중, 소수자와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고 합의에 기초를 둔 하마 룰을 세울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아랍사회에는 시민사회나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합의정치가 이론적으로 가능함을 증명했다. 하지만 여기엔 1조 달러(약 1080조 원)에 이르는 비용과 수많은 희생, 미국의 중재 노력, 이라크의 정치적 의지 등이 수반됐다.
현재 예멘, 리비아, 시리아, 이집트, 튀니지가 비슷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들에겐 중립적인 중재자가 없다. 그럼에도 나는 아랍의 민주화 움직임이 긍정적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은 결국 독재자들을 축출할 것이다. 그러나 새벽이 밝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