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뒤 윌은 더 강력한 치료제를 개발했고 시저는 이 약을 훔쳐 다른 유인원들과 흡입한다. 그 결과 유인원들은 말까지 할 수 있게 되고 우리를 탈출해 경찰의 방어선을 뚫고 숲으로 들어간다. 영화의 설정처럼 침팬지에게 ‘스마트 유전자’를 넣어주면 침팬지가 정말 사람처럼 똑똑해질 수 있을까.
○ 언어, 뇌 크기, 손가락 관련 유전자 서열 달라
쥐에 사람의 언어유전자 ‘FOXP2’를 넣어주면 찍찍거리는 소리가 바뀌고 뇌세포에 변화가 생긴다. 쥐의 FOXP2 유전자가 있는 정상 쥐의 뉴런(위)에 비해 사람의 FOXP2 유전자가 있는 쥐의 뉴런(아래)의 신경돌기(실처럼 보이는 부분)가 더 길다. 셀 제공
침팬지가 말을 하게 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로는 ‘언어유전자’로 불리는 ‘FOXP2’가 있다. 이 유전자가 고장 난 사람은 언어장애가 있다. FOXP2는 사람뿐 아니라 포유류와 조류에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사람과 침팬지의 FOXP2와 염기서열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 유전자의 변이가 사람이 언어능력을 획득한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뇌의 크기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ASPM’이다. 이 유전자가 망가진 사람은 소두증에 걸리며 뇌 크기가 70%나 줄어든다. 흥미롭게도 ASPM 유전자 역시 사람과 침팬지의 염기서열이 다르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뇌가 급팽창하는 데 ASPM 유전자의 변이가 관여됨을 시사한다.
사람의 손가락 발가락의 형성 과정에는 ‘HACNS1’이라고 불리는 게놈의 한 부분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HACNS1은 유전자는 아니지만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부분이다. HACNS1은 546개의 염기로 이뤄져 있는데 침팬지와 사람은 16곳이 다르다.
○ 유전자 바꾼다고 사람처럼 되지는 않아
사람과 침팬지의 게놈 차이를 분석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캐서린 폴라드 교수는 “지성은 굉장히 복잡한 특성으로 수많은 유전자가 관여하기 때문에 영화에서 나오는 슈퍼 스마트 유인원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유전자 몇 개를 사람 것으로 바꿨다고 침팬지가 사람처럼 똑똑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