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문화 담긴 축구팀 조련… 야심 이뤄낼까
2006년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팀을 독일 월드컵 3위로 이끌며 ‘클린스만 지도력’ 열풍을 일으켰던 그는 대회 직후 감독직을 내려놨다. 199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클린스만이 지난달 30일 미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그는 11일 멕시코와 1-1로 비기며 감독 데뷔 경기를 무난히 치렀다.
‘금발의 폭격기(Golden Bomber)’라 불리며 선수 시절 통산 280골(642경기·클린스만 공식 홈페이지 www.klinsmann.com참고)을 기록한 위대한 공격수. 이 중에는 독일(서독 시절 포함) 국가대표로 치른 A매치 108경기에서 넣은 47골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태클하는 수비수의 발이 몸에 닿지도 않았는데 몸을 날리며 쓰러지는 할리우드액션에 능하다고 해서 ‘다이버(Diver)’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기도 했었다.
그는 혁신을 위해서라면 사람들이 보지 않거나 못하는 곳도 쳐다보려는 의지가 투철했다. 전인미답의 길을 가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2004년 독일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자마자 독일축구협회의 꼭두각시 노릇은 그만두겠다고 결심했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체력, 심리, 골키퍼 등으로 분야를 세분해 그 자리에 미국인, 스위스인을 비롯해 ‘변방’의 인물들을 코치로 선임해 독일축구협회와 마찰을 빚었다. 그러나 2006년 월드컵에서 독일 팬의 온갖 찬사를 이끌어내자 그를 멸시하던 ‘축구황제’ 프란츠 베켄바워조차 그를 찬양했다.
미국 대표팀 감독으로서 클린스만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듯하다. 그는 감독 부임 기자회견에서 “축구는 그 나라의 문화를 반영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조가 보니토(아름다운 경기)’, 네덜란드의 ‘토털 사커’, 스페인의 ‘패스게임’처럼 미국만의 문화를 축구에서 스타일로 구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뉴욕타임스는 “미국은 스타일이 아니라 본질(승리)을 선호한다”며 “그냥 이겨”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멋진 외모가 열정과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선수를 그만둔 뒤에도 하루 2시간씩의 체력단련으로 47세의 나이가 무색한 몸매를 갖고 있다. 그의 카리스마가 미국 대표팀을 어떻게 변모시킬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