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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3개국이 천덕꾸러기가 된 까닭은…

입력 | 2011-08-13 03:00:00

그리스 - 지하경제, 포르투갈 - 강성노조, 아일랜드 - 재정고갈
정부 EU국 실패사례 분석…재정 건전성 대폭 강화키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제로금리 해법을 내놓은 이후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복병으로 유럽 재정위기를 꼽고 있다. 그렇다면 구제금융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는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유럽 3개국은 어쩌다 세계의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을까.

기획재정부는 12일 이들 3개국의 재정위기 원인과 경과를 분석한 자료를 내놓았다. 지나치게 큰 지하경제와 연금, 강성노조가 이들 국가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정부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실패 사례를 거울삼아 재정건전성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자료에 따르면 그리스는 과다한 지하경제로 인해 세수기반이 약화됐고 관대한 연금제도 및 공공부문 팽창으로 만성 재정적자를 자초했다. 그리스 지하경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4.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6%의 2배에 가까웠다. 2007년 사회복지지출도 GDP 대비 21.3%로 OECD 평균인 19.2%를 웃돌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1980, 90년대 사회주의 정부의 장기집권 과정에서 공공부문이 팽창했다”며 “그리스 공공부문 종사자의 25%가량이 과잉인력”이라고 꼬집었다.

그리스는 재정건전화 의지도 부족해 주변국의 빈축을 샀다. 유로존 가입 후 재정적자 문제로 EU로부터 두 차례 시정조치를 받은 데 이어 2009년에는 재정적자를 실제보다 줄여 발표해 신뢰까지 잃었다. 지난해 그리스의 재정적자 규모는 GDP 대비 10.5%로 정부 목표치(8.1%)와 EU 전망치(9.4∼9.6%)를 넘어섰다.

포르투갈은 높은 실업률과 낮은 생산성이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었다. 강성노조 등 경직된 노동시장으로 인해 지난해 실업률이 10.8%에 이르렀고 전체 실업자 중 장기실업자 비중이 55%를 초과했다. 반면 노동생산성은 2008년 기준으로 EU 평균의 71%에 불과해 최근 10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0.93%로 EU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강성노조가 일자리 진입장벽을 높인 가운데 쉬엄쉬엄 일했다는 얘기다. 방만한 재정운용도 빠지지 않았다. 2007년까지 10년간 평균 재정수지가 GDP 대비 ―3.6%로 EU 회원국 중 그리스 다음으로 나빴다.

한때 ‘강소국(强小國)’ 모형으로 각광받던 아일랜드는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의 수출에 기대 성장세를 지속해 왔으나 2004년 이후 임금 상승 등으로 FDI 유출이 심화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경상수지 적자가 GDP 대비 1% 미만에서 4%대로 늘어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위기 이후 진행된 부동산 거품 붕괴는 대출을 해준 은행의 부실로 이어졌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부 재정마저 급격히 악화됐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