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발터 비트만 지음·류동수 옮김/256쪽·1만5000원·비전코리아
현재 국가부도의 위험이 큰 나라는 국가채무 비중이 높은 유럽의 일부 국가다. 이런 와중에 유럽의 원로 경제학자인 스위스 프리부르대의 발터 비트만 교수의 책이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국가부도현상을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향후 국가부도 위기의 가능성을 진단한다. 또 국가부도가 화폐개혁으로 이어질 여지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제시하고 투자자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그에 따르면 국가부도는 그리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도 국가가 팽창할수록 전쟁을 위한 전비를 늘리고 그만큼 종말에 가까워지게 됐다. 1980, 90년대에는 남미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면서 개도국이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고, 2000년대에는 선진국이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면서 국가부도를 걱정하게 됐다.
국가부도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국가부채의 지급을 일시 중단하는 모라토리엄부터 부채협상을 통해 부채를 탕감받는 방법과 아예 상환을 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또 국가부채는 지급하더라도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채가 부도사태를 맞을 수도 있으며, 이를 넓은 의미로 국가부도라고 부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국가가 부도 사태에 이를까. 그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의 고부채 국가를 후보국으로 지명한다. 유럽연합이 지불능력이 없는 회원국을 위해 개입한다면 그만큼 유럽연합 전체가 위험해질 것이므로 국가부도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유럽의 원로 경제학자가 쓴 만큼 대부분 유럽의 복지재정 문제와 유럽연합의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현실적으로 사태를 진단하고 있으나 논의가 구체적이지 못해 아쉬움을 더한다.
최근 세계경제의 비관적 시나리오를 다룬 책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하버드대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와 메릴랜드대의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가 쓴 ‘이번엔 다르다’(최재형 박영란 옮김·다른세상)를 들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가 과잉부채 때문에 발생한 것이므로 이전의 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은 결국 재정위기로 번질 것으로 예측했다.
2008년 9월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대된 지금, 경제구조가 취약하고 부채가 많은 일부 국가의 부도 사태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국가부도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놓고 유럽과 미국은 논전을 벌이고 있다. 위기의 원인에는 공감하면서도 대처방안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비트만 교수가 지적한 대로 바로 이런 이유로 국가부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인지 지켜보면서 매우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투자 전략을 수립할 때이다.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