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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석유 수입하려고 환경기준 낮추는 게 녹색정부인가

입력 | 2011-08-13 03:00:00


정부가 기름값 인하를 위해 국내 석유의 성능 및 환경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값싼 외국산 석유제품을 수입해 대안(代案) 주유소를 통해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유업계의 ‘L당 100원씩 3개월간 할인’이 끝난 직후 휘발유 값이 다시 오르자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논란 속에 밀어붙이는 카드다. 지경부는 일본의 환경기준이 우리와 가까워 산소와 올레핀(오존 및 유해물질 발생에 영향을 주는 화합물) 함량 기준 등을 일부만 낮춰주면 일본산 수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는 “이달 말까지 일본 석유와 우리 석유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자료를 비교해 환경기준 완화 방안에 대한 찬반 방침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국 석유 수입 방안은 2008년 국제유가 폭등 때도 정부가 추진하다 포기했다. 당시 기획재정부와 지경부는 수입 원유를 정제해 파는 석유류 공급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깨기 위해 수입 활성화가 절실하다면서 산소 함량기준 하한선을 없애려고 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늘어나고 자동차부품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해 무산됐다. 환경부가 3년 만에 태도를 바꿔 환경기준 완화에 동의해 주려면 객관적인 판단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내걸고 ‘녹색정부’를 자임했다. 연료전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에 정부와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환경기준까지 허물어야 하는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정유업계는 “석유류 환경기준 완화는 고품질 국산 제품에 대한 역(逆)차별”이라고 반발한다. 정부가 내건 높은 환경기준에 맞추기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해온 업계의 불만은 타당하다. 일본에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이 적어 이번 방안의 실효성이 낮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 정유업계는 수출을 전제로 설비를 늘려온 반면에 지진 피해가 잦은 일본은 한국처럼 대규모 유화단지를 건설하지 못해 내수 공급 위주다. 수입이 허용돼도 질소를 주입한 석유 저장탱크 같은 보관시설을 수입업자가 갖추기 쉽지 않다. 이래저래 과도한 정부 보조금을 투입해야 겨우 효과가 나는 기름값 인하 작전이라면 그만두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