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帝의 ‘불멸 기록’ 넘자”… 두 여걸의 당찬 도전


그리피스 조이너의 100m(10초49), 200m(21초34) 세계기록은 먼로가 출연한 수많은 명작처럼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긴 손톱과 매니큐어, 곱슬머리를 가리기 위해 썼던 모자 달린 유니폼은 그를 트랙 위의 패션모델로 기억하게 만드는 키워드다. 먼로의 바람에 날리는 원피스처럼 말이다. 신기록 당시 뒤바람 논란, 스테로이드 약물 복용설 등 1998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각종 화제의 중심에서 살았다는 점도 닮았다. 세계 육상 팬들이 그를 불세출의 육상 스타로 기억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그리피스 조이너의 아성을 넘어설 스타가 탄생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역 여자 100m, 200m 최고 스타들의 기량을 합쳐도 그리피스 조이너의 기록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역대 최고 여자 스프린터 미국의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는 1998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기록은 20년이 넘도록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의 모습. 동아일보DB
그리피스 조이너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둔 미국 대표선발전에서 10초70대였던 세계기록을 단숨에 10초40초대까지 끌어내렸다. 당시 초속 2.0m의 뒤바람이 불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200m도 마찬가지다. 그리피스 조이너의 기록은 현역 1위 베로니카 캠벨브라운(자메이카·21초74), 2위 앨리슨 펠릭스(미국·21초81)보다 0.4초 이상 앞서 있다.
그럼에도 이번 대구 대회에서 ‘포스트 그리피스 조이너’ 시대를 열 여자 스프린터들의 경쟁을 지켜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포스트 그리피스 조이너’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현역 100m 최고기록 보유자 카멜리타 지터(왼쪽)와 세계선수권 200m 4연패에 도전하는 앨리슨 펠릭스(이상 미국). 동아일보DB
펠릭스는 남자의 마이클 존슨(미국) 이후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200m와 400m 동시 석권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400m는 ‘단거리의 마라톤’으로 불릴 정도로 단거리 선수들에겐 어려운 종목이다. 펠릭스가 1600m 계주까지 3관왕을 달성한다면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와 함께 대회 최우수선수(MVP)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