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이 연구한 성공사례 요건 ‘STRONG+α’
작물-재배기술 공부는 물론 시장흐름까지 파악해야

나홀로 강소농이 되는 건 아니다.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더 큰 경쟁력을 만들기도 한다. 동아일보DB

사례를 보자. 경북 영천에서 배 농사를 짓는 안홍석 씨는 15년 전 빚보증을 잘못 서 모든 것을 잃고 생계를 위해 농업에 뛰어들었다. 이전까지 안 씨가 알던 것이라고는 30년 동안 운영한 전자대리점이 전부였다. 막막했다.
하지만 안 씨는 전국 각지의 농업기관과 대학을 끊임없이 찾아다니며 배우고 또 배웠다. 그는 그곳에서 배운 기술을 토대로 양분을 배에 집중시켜 당도를 높이는 재배법에 도전했다. 안 씨는 결국 15 Brix(브릭스·과일 당도를 재는 단위) 이상의 최고 당도를 가진 배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또 대구대 한방대와 함께 도라지 등 한약재를 넣어 만든 건강 배즙도 개발해 요즘은 미국에까지 제품을 수출하며 1억5000만 원의 연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한 도시 회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안 씨는 카페가 커지자 단골회원을 농장으로 초대해 ‘번개팅’도 가졌다. 고객들은 안 씨가 준비한 풍성한 농촌 먹을거리와 오이 수확 체험에 ‘감동’을 받았다. 고객들은 2008년 한 상자에 4만 원이던 오이 값이 2000원대로 폭락했을 때도 안 씨의 오이를 1만 원 수준에 전량 구매하며 그를 응원했다. 안 씨는 오이 농사로 연 2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그중 40%를 인터넷을 통해 직접 거래하고 있다.
한편, 이제는 전남의 대표 특산물이 된 ‘세발나물(갯개미자리)’은 한 농가의 성공 경험이 다른 농가로 전수돼 지역 특산물로 자리 잡은 사례다. 세발나물은 예전부터 전남지역 바닷가 주민들이 먹었는데 미나리와 시금치를 빼면 거의 유일한 겨울철 푸른 채소다. 한 농가가 이에 주목해 세발나물 판매에 나섰는데 도시의 반응이 의외로 좋아 이웃 농가들에까지 세발나물 재배를 적극 권장하기에 이르렀다. 해남군도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해 인공재배 기술을 적극 지원했다. 현재 해남지역에서 세발나물 재배에 참여하는 농가들은 연 3000만 원의 새로운 소득을 얻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강소농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가 이 농사로 어떠한 성공을 거두겠다’ 하는 구체적인 ‘꿈’이 필요하다”며 “꿈을 갖고 노력한 농업인들이 강소농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