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사과… 자체 발광 장미… 채소로 만든 문구…아이디어 톡톡
키스 사과? 자체 발광 장미?
무책임한 아이디어와 상큼발랄한 발상이 오가는 황당무계 토론회 모습. 동아일보DB
개인이 가진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이를 자유롭게 토론하다보면 생산적인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때문에 당장 실현 가능성을 따지기보다 일단 다양한 생각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
자체 발광 장미도 아이디어가 번뜩인다. 형질 전환 기술을 이용해 스스로 빛을 내는 장미 품종을 개발하자는 것. 꽃이 빛을 내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도로의 중앙 분리대에 심으면 조경으로서의 효과도 있고, 밤에는 중앙선으로서의 기능을 더욱 확실하게 할 수 있다. 또 가수들의 콘서트 때 야광봉으로 장미를 활용할 수도 있다.
‘맞춤형 천적 로봇’은 특정 해충이 번질 때 천적 로봇을 투입해 병충해를 막자는 생각이다. 로봇에는 해충의 알을 제거할 수 있는 초강력 레이저를 장착하고, 적외선 카메라를 달아 야간에도 활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이런 다양한 아이디어 중에서 농업현장에 실질적인 이익이 되거나 실천이 가능한 사례들은 본격적으로 연구한다는 계획이다. 또 실용화 촉진을 위해 설립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해 사업화도 염두에 두고 있다.
5월에는 제과·제빵 업체인 SPC그룹의 경영진과 연구진을 초청해 아이디어를 교환했다. 여기서 농촌진흥청이 최근 개발한 산타딸기품종을 활용해 크리스마스용 케이크를 개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또 농촌 관광을 접목한 농산물 판매, 일회용 밥에 적합한 쌀 품종 개발, 잡곡을 이용한 발효음료 및 아이스크림 개발 등 기업과 공동으로 농가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사례를 지속적으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다양한 민간 기업에서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되면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우리 농산물 소비촉진은 물론 농업인에게는 새로운 소득창출의 기회로 이어진다”며 “농촌진흥청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성공사례를 만들어내 작지만 강한 농업경영체 육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인테러뱅? ‘의문+감동’ 표현한 심벌▼
매주 발행되는 인테러뱅 리포트는 국제 경쟁에서 우리 농업의 과제와 생존 해법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쌀의 새로운 가치’ 편을 통해서는 “쌀은 10kg에 2만 원이지만 햇반으로 만들면 10만 원, 떡으로 만들면 12만5000원, 술로 만들면 31만2000원이 된다‘는 점을 강조해 농산물의 부가가치 창출과 문화예술의 결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밖에 ‘인삼 삼국지’ ‘한국 농업에 색(色)을 입히자’ 등 일반인이 관심 있어 할 다양한 농업 현안을 보여주면서 이해를 돕고 있다.
인테러뱅은 기술혁신에도 활용되고 있다. 농업 및 기술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해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황당무계 세미나’를 벌여 도발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유도하는 데 활용되는 것. ‘키스 사과’가 대표적인 인테러뱅식의 역발상이었다. 일반적으로 사과농가는 당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거꾸로 입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당도를 낮춰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제시된 것. 실현 가능성을 뛰어넘어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인테러뱅 토론회를 통해 제안되고 있다. 그야말로 ‘무책임’한 아이디어까지 수용하는 열린 토론회 분위기를 통해 우리 농업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