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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교통 시대로]한국의 스마트 교통 경쟁력은?

입력 | 2011-08-17 03:00:00

효율성만 보고 달려온 교통 인프라, 지속가능 혁신 ‘빨간불’




세계 각국이 친환경 교통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한국의 교통 인프라는 여전히 화석 연료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효율 중심 모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지속가능한 교통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석유 의존도가 높은 자가용 사용을 줄이는 ‘수요관리 대책’과 자전거, 전기차 등의 대체 교통수단과 정보기술(IT)을 통해 대중교통의 활용도를 높이는 ‘교통혁신’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글로벌컨설팅회사인 아서디리틀(ADL)이 세계 10대 교통 선진국을 대상으로 교통혁신 경쟁력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영국, 캐나다와 함께 효율 중심의 교통시스템을 보유한 국가로 평가됐다. 이는 친환경 교통수단보다 이동의 효율성과 경제적 가치를 중시하는 교통시스템이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등 4개국은 친환경과 경제적 성장 측면에서 모두 평균 이상의 경쟁력을 보유한 지속가능한 교통혁신 국가로 분류됐다.

○ 친환경 에너지 이용 선진국 중 꼴찌

한국이 지속가능한 교통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친환경적인 교통 인프라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보급률(10위), 자전거 수송 분담률(8위), 교통 관련 소비 에너지 중 친환경 에너지의 비중(10위)이 모두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반면 1위를 차지한 독일은 교통 관련 소비에너지 중 전기와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에너지 비중이 8.3%를 차지해 가장 친환경적인 교통 인프라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 교통 소비에너지 가운데 친환경에너지비중은 1.2%에 불과했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 2004년부터 5년간 판매된 하이브리드 자동차 대수가 2008년 등록된 자가용의 각각 0.99%, 0.57%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최근에야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판매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의 수송 분담률은 2008년 기준으로 일본은 14%, 독일은 12%에 이르지만 한국은 1%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가 늘고 있고, 정부가 온실가스 규제와 자전거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는 점은 향후 친환경 교통인프라 구축에 긍정적인 측면으로 평가됐다.

○ 서울, 국가 순위보다 높은 5위

도시 인구는 2010년 전체 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고 2050년에는 68.7%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 내의 자동차와 교통 수요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지멘스가 발표한 ‘메가시티의 도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25개 도시 522명의 관계자는 도시 경쟁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교통 인프라를 꼽았다. 교통 경쟁력이 도시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조사에서 조사 대상 국가의 10개 대표 도시를 대상으로 교통혁신 경쟁력을 평가한 결과 서울은 국가순위(7위)보다 더 높은 전체 5위를 차지했다. 특히 서울의 버스와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 서비스 경쟁력은 조사 대상 도시 중 세 번째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서울의 지하철역 간 거리는 평균(1.11km)보다 짧은 0.96km로 조밀하게 짜여 있으며, 버스 정류장도 km²당 9곳으로 평균(3.6곳)을 크게 웃돌았다.

구매력을 고려한 서울의 대중교통 요금과 1인당 버스 대수는 평균 수준이었다. 하지만 환승요금 할인제와 하나의 지불수단으로 여러 교통수단을 활용할 수 있고 버스전용차로 등을 보유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도시 교통혁신 경쟁력 1위는 일본 도쿄, 2위는 이탈리아 밀라노가 차지했다.

서울, 미국 뉴욕, 일본 도쿄처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5000달러를 넘고 대중교통 분담률이 50%인 인구 500만 명 이상의 메가시티는 전기버스, 태양광버스 등의 친환경 교통수단과 전자요금과 모바일 지급결제 기술을 도입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 교통혁신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

산업·경제적 측면에서 한국 교통 시스템은 여객과 물류 분야의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대도시 내의 이동은 효율적이지만 도시 간의 광역 물류 인프라는 선진국보다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 여객 분야의 이동효율성은 전체 1위를 차지했지만 물류 분야는 10위에 머물렀다. 반면 경제대국인 일본 프랑스 독일은 여객과 물류가 동시에 골고루 발전한 국가로 평가됐다.

교통 산업을 활성화해 수출 산업화하는 국가 차원의 성장 전략도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교통산업의 활성화 정도와 기술 경쟁력을 분석한 가치창출성 평가에서 한국은 8위에 머물렀다. 교통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조사 대상 중 세 번째로 높았지만 친환경 교통수단 관련 기술 경쟁력과 교통부문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각각 8위, 5위에 머물렀다. 교통의 가치창출성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영국은 교통산업이 창출하는 총 부가가치 대비 R&D 비중이 1.36%로 조사 대상 국가평균(0.6%)의 2배였다. 한국은 0.52%로 조사됐다.

홍대순 ADL 부사장은 “교통을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맥(動脈)으로 보고 환경, 경제, 산업적 가치를 모두 고려하는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6大 새 교통 트렌드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아서디리틀(ADL)은 글로벌 교통혁신 경쟁력 평가를 통해 미래 교통의 6가지 변화 트렌드를 제시했다.

첫째, 개인 교통은 기존의 자동차를 소유하는 방식에서 여러 사람이 차량을 함께 나눠 쓰는 공유서비스 등으로 다양해질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집카(Zipcar) 등과 같은 자동차 공유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둘째, 대중교통시스템이 지하철, 버스, 지상전차(트램) 등의 개별 교통수단 중심에서 전기차, 도보, 자전거 등을 포함하는 통합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이다. 스마트카드로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통합 지불수단이 주목받는 이유다.

셋째, 교통이 추구하는 가치가 효율적인 이동은 물론 친환경과 지속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 교통 규제보다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마케팅 및 홍보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교통 혁신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율적 태도 변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자동차와 도로 등의 기존의 인프라보다는 사람의 이동성(mobility)에 초점을 맞춘 개인화된 교통 인프라가 발전할 것이다. 교통의 주체인 사람이 얼마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느냐가 교통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된다는 뜻이다.

여섯째, 교통은 경제 성장을 위한 기본 인프라이면서, 아울러 국가와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송기혁 기자 khsong@donga.com  
▼ 어떻게 조사했나 ▼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시내 중심가를 이동하는 스트리트카(streetcar).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스트리트카는 친환경적이면서 지상으로 다니기 때문에 자전거를 싣고 타기에도 편리하다. 포틀랜드=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아서디리틀(ADL)은 한국 미국 독일 등 세계 10개 교통선진국의 교통혁신 경쟁력을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지구온난화로 환경 파괴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교통 혼잡으로 사회적 비용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교통 인프라의 미래 모습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시행했다.



분석팀은 교통 인프라의 혁신을 주도하는 글로벌 포럼인 국제교통포럼(ITF)에 가입한 52개국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1차 선별했다. 이 국가들 중 한국보다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 호주를 최종 평가대상국으로 선정했다. 교통 선진국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한국 교통혁신 경쟁력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기 위해서다.

이어 국내외 기관의 연구보고서와 각종 정책자료를 분석하고 교통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교통혁신 경쟁력 지표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친환경성 △이동 효율성 △가치 창출성의 3가지 분야 15개 세부 지표로 구성된 평가기준에 따라 10개국을 비교 분석했다. 본보 특별취재팀은 이 분석 결과를 토대로 미국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 교통 선진국을 현지 취재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