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10일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 공사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10년 넘게 진통을 겪던 현장이라 언론의 관심도 많았고 서울시도 설명하고 싶은 내용이 적지 않았습니다. 화장(火葬)하는 시민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면 화장시설을 확장한다는 뉴스는 당연히 큰 관심을 받게 됩니다. 반대하는 주민을 끝까지 설득해 내년에 완공하게 된 점도 평가받아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날 취재진 30여 명에게 ‘무상 등산화’를 제공해 그간의 노력이 정상적이었는지 의심을 받게 됐습니다. 잦은 비 때문에 현장이 질척거려 공사장을 둘러보려면 등산화가 필요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입니다.
유명 브랜드인 이 등산화 제조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한 켤레 가격이 11만 원이나 됐습니다. 이 브랜드 제품 치고는 그나마 저가품이었습니다. 설명회를 주관한 이정관 서울시 복지건강본부장은 “등산화 문제는 직접 챙기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확인 결과 추모공원 건설을 담당하는 서울시설공단이 이 등산화를 마련한 것이었습니다. 담당 직원은 “기자들에게 쓰던 등산화를 빌려줄 수도 없어 부득이 새 것을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전에도 이런 방식으로 해왔다는 말까지 덧붙였습니다. 기자가 “신발값은 누가 냈느냐”고 묻자 이 직원은 “등산화를 많이 구입하는 시공사(H건설)를 통해 구입했다”고 했습니다. 확인해 보니 15일까지도 시설공단 측은 신발 비용을 시공사 측에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시공사가대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꼭 지불하겠다”는 답만 했습니다.
안전 수칙상 등산화를 포함한 안전화와 안전모를 반드시 착용해야 현장에 들어갈 수 있어 불가피하게 신발을 나눠줬다는 설명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무상 등산화’ 때문에 그동안 서울시가 쌓아온 ‘클린 행정’이 비판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서울시가 유념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