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안드로이드 동맹… 이건희 “독자 OS기술 강화하라”
○ 삼성 LG 겉으론 ‘환영’했지만
이건희 회장
이를 믿고 스마트폰 초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를 쓰던 삼성전자도 과감히 구글로 갈아탔다. 무료로 OS를 제공하며 제조사들을 끌어들인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2011년 2분기(4∼6월) 현재 43.4% 점유율로 iOS 및 심비안을 따돌리고 스마트폰 OS 1위로 올라섰다. 이런 성공적인 파트너십이 이제 균열 위기에 빠지게 됐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독립된 회사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은 결국 구글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인수가 단지 스마트폰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모든 미디어를 지배하겠다’는 구글의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페이지 CEO도 “모토로라가 안드로이드폰뿐 아니라 가전 시장에서도 강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세계 최강의 셋톱박스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셋톱박스는 구글TV 등 구글의 플랫폼을 강화하는 무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애플, MS 등과 경쟁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처럼 구글이 모토로라 기술력을 업고 가전 시장에까지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삼성전자, LG전자는 구글과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 삼성전자 사장단 회의 소집 ‘비상’
삼성전자는 당장 비상이 걸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6일 삼성전자 완제품 부문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지난주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자 11일 부품 부문 사장단 회의를 연 데 이어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발표 직후인 이날 다시 회의를 소집한 것. 이날 회의에는 최지성 부회장, 신종균 사장, 윤부근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홍창완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 남성우 IT솔루션사업부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최 부회장으로부터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따른 여파, 애플과의 소송 진척상황 등을 보고받은 이 회장은 삼성의 자체 OS인 ‘바다’를 강화하고, 스마트폰의 품질 차별화에 주력하는 등의 대응책을 주문했다. 애플이나 구글과 달리 삼성은 하드웨어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점으로 밀고, 우수한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당장 삼성과 구글의 협력구조가 깨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양쪽 모두 서로의 협조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의존도를 줄여나가며 대항마를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의 지시대로 삼성은 우선 자체 OS인 ‘바다’ 보급에 더욱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럽 시장에서 주로 팔리고 있는 삼성 ‘바다폰’은 2010년 2분기 점유율 0.9%대에서 올 2분기 1.9%까지 뛰어오르며 MS의 윈도폰(1.6%)을 앞질렀다. 삼성전자는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가전 전시회 IFA에서도 새로운 바다폰을 공개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MS의 윈도폰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해외에서 윈도폰을 출시했고 국내에서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이 인수합병(M&A)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수의 통신관련 특허기술을 가지고 있는 해외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특허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삼성보다도 내놓을 카드가 적다. 자체 OS 없이 전적으로 구글 ‘안드로이드’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하드웨어 제조사로서 연구개발(R&D), 제조생산, 글로벌 마케팅 등 3개 측면에서 경쟁력을 계속 키워나가면서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 역시 OS 다각화 및 ‘독자 OS 개발’ 등 다양한 카드를 놓고 중장기 전략 수정을 고민하고 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