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고등어 등 어획량 감소로 관심 집중… 전국 수산시장서 물량확보 전쟁
■ 태안 신진도 첫 출하 현장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인부들 옆으로 수십 명의 사람이 몰려들었다. 예년보다 수온이 낮아진 데다 태풍과 폭우로 조업일수가 줄어 수산물 어획량은 최근 큰 폭으로 줄었고 값은 폭등세다. 그런 가운데 제철 상품인 꽃게가 처음 나오는 날이니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잡혔는지 모든 게 관심사였다.
50kg 박스에 담긴 꽃게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부두로 올라오자 대기하던 화물차가 꽃게를 싣고 부두에서 약 1km 떨어진 꽃게 선별 작업장으로 달렸다. 살아 있는 꽃게를 유통업체로 보내려면 지금부터는 속도가 생명이다.

올해 흉어가 지속되는 가운데 두 달동안의 금어기를 마치고 처음으로 꽃게가 출하되면서 16일 충남 태안군 신진도 안흥외항에 있는 꽃게 작업장에서는 선별작업이 한창이다. 태안=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4명으로 이뤄진 선별작업팀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꽃게를 분류하느라 말 한마디 할 틈도 없었다. 선별작업팀은 상품화가 가능한 180g 이상의 살아 있는 꽃게만 포장 작업대로 보내고 다리가 잘리거나 죽은 꽃게는 2차 선별대로 옮겼다. 포장 작업조는 소나무 톱밥과 꽃게 12∼15마리를 3kg짜리 박스에 함께 넣었다. 포장까지는 3분도 채 안 걸렸다. 이런 과정을 거쳐 4.5t 냉장차에 실린 꽃게는 최대 2일까지 살 수 있다.
○ 갈치-고등어 등 가격 급등
그런 가운데 이날 신진도에 들어온 꽃게는 약 20t.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꽃게는 지난해보다 10% 정도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이달 말경 서해 5도 등 북쪽 어장에서 본격적으로 조업이 시작되면 어획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현지 전망이다. 꽃게는 수온에 따라 3∼5번 탈피(脫皮)를 거쳐 성장하는데 북쪽 어장의 꽃게는 한 번 정도 더 탈피를 해야 잡을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이날 작업장에서 만난 오채균 씨(43)는 “지난주부터 자망 작업 등 본격적인 꽃게잡이 준비를 시작했다”며 “지난달 태안 지역에 치어 21만 마리를 방류하는 등 준비를 잘 했기 때문에 올해 어획량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꽃게 유통업체 디엠티씨디 구중서 사장(44)도 “지난해 우리 회사에서만 하루 최대 25t까지 꽃게를 수확했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바이어 신진도서 숙박할 판”
꽃게 어획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진도와 전북 부안군 격포항 등에는 대형마트 바이어는 물론 전국 수산시장 관계자들까지 몰리며 물량 확보 전쟁이 시작됐다. 이마트는 첫 출하 이후 꽃게 350t을 확보해 19일부터 24일까지 할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10월까지 총 1500t의 물량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해보다 30% 정도 늘어난 수치다.
태안=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