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임숙 경제부
이번에도 ‘역시나’였습니다. 폭락장에서 위험상품에 ‘다걸기’했다가 크게 손실을 본 이야기 말입니다. 한 60대 은퇴자가 “절대 마누라 귀에 들어가면 안 된다”며 가깝게 지내는 은퇴전문가에게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은퇴자금을 현금에 5000만 원, 채권에 4억5000만 원으로 나눠두었는데 평소 알고 지내던 증권사 직원이 “선물 차익거래를 아주 잘하는 투자자문사가 있다. 여기에 맡기면 연 10∼15%는 보장한다”고 유혹했습니다. 마침 코스피 2,000 선이 무너지면서 주가가 떨어지던 시기라 변동성이 큰 장에서 잘만 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겠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자금을 맡긴 결과 이 은퇴자는 1주일 새 2억 원을 증거금으로 잃었습니다.
해당 자문사가 무위험 거래인 차익거래 대신 위험성이 높은 투자를 한 것이지요. 이 은퇴자는 “투자자문사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할까”라고 고민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몰랐어도 선물에 투자한다는 점은 알았기 때문에 투자자 책임이 어느 정도일지도 고민했습니다. 증권사에서는 “소송을 하면 이길 수는 있지만 자문사의 자본금이 적은 데다 손실을 본 투자자도 많으니 협상해서 앞으로 천천히 원금을 돌려받는 게 어떻겠느냐”라고 중재에 나섰다고 합니다.
은퇴전문가는 “베이비부머들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은퇴인구가 늘어나지만 노후 대비가 되지 않은 이들이 주식 투자비율을 늘리고 있다. 잘 모르고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보는 사례가 급증할 것 같다”고 걱정했습니다. 주식 투자의 내막을 몰랐던 이 은퇴자의 이야기뿐일까요? 50대 주부가 자녀 친구 엄마의 말을 믿고 주도주 투자에 막차를 탔다가 주가 폭락으로 냉가슴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 40대 치과의사가 폭락 전 한 달 만에 15%를 벌어준 투자자문사에 거금을 맡겼다가 폭락 이후 쪽박 찬 이야기 등 무모한 주식 투자로 벌어진 실패담은 이번에도 수두룩합니다.
하임숙 경제부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