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자. 동아일보DB.
대중가요 심의의 잣대를 둘러싼 논란이 새삼 제기되고 있다. 기준이 모호해서 자칫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심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과거에 그런 논란조차 불온시 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불온한 시선이 사라지기까지 참으로 긴 세월이 걸렸다.
1987년 오늘, 공연윤리위원회는 방송이나 공연 등에 규제를 당해온 대중가요 382곡 가운데 186곡을 해제했다. 해금 된 노래 중 가장 대표적인 곡은 1964년 세상에 나왔지만 1년 만에 방송금지를 당하고 그로부터 4년 뒤에는 아예 공연 및 앨범 제작까지 규제당한 이미자(사진)의 ‘동백아가씨’다.
하지만 이들 노래는 1965년 이후 ‘금지곡’으로 묶인 837곡 가운데 일부에 불과했다. 특히 해금 가요 중 상당수는 유신의 상징이었던 1975년 대통령 긴급조치 9호로 인해 불리지 못했다. 일부 표절 가요를 빼고는 금지 사유가 퇴폐, 저속, 왜색, 불신 조장 등으로 모호했다.
1987년 거대한 민주화의 물결이 몰아쳤고 그 앞에서 더 이상 규제와 금지의 명분은 설 수 없었다. 해금 조치 이후 그 ‘해적판’으로 불린 불법복제 음반과 테이프가 불티나게 팔렸다. 저작권 등 문제로 해금 가요 음반의 재출시가 늦어진 상황이었다. 노래에 목말랐던 시대의 역설이 아닌가.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