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이숭용. 스포츠동아DB
현대 시절인 2005년, 넥센 이숭용(40·캐리커처)은 처음으로 귀를 뚫었다.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여럿 겹치면서 스트레스가 쌓여만 갔고, 지독한 불면증까지 찾아왔다. 함께 고민하던 아내 김윤아 씨는 남편에게 “이상하게 운이 안 좋은 해다. 막힌 기운도 풀어볼 겸 귀를 뚫어 보자. 불면증에도 효과가 있다더라”고 제안했다. 정말 그 덕분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신기하게도 그 후 이전보다 잠이 잘 왔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귀고리는 이숭용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지난 6월 13일, 이숭용은 6년 만에 귀고리를 뺐다. 2년 2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2군에 내려간 날이었다. 오랜만에 찾은 2군 구장에는 스무 살, 스물한 살의 꽃다운 선수들이 가득했다. 마흔 줄에 접어든 베테랑은 문득 귀에 걸린 귀고리가 무겁게 느껴졌다.
“저도 이제 선수가 아닌 지도자를 할 나이인데, 어린 후배들 보기에 좋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꼭 나쁜 건 아니지만, 좀 더 진중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어서, 그들 못지않게 열심히 2군 경기를 뛰었다. 그리고 7월 6일 다시 1군에 복귀한 후에도 더 이상 귀고리를 하지 않았다. “늘 하던 거라 처음엔 허전했죠. 하지만 이제 뺄 나이가 된 것 같아요. 사실 귀고리는 은퇴와 동시에 그만 하려고 했는데….”
이제 선수로서의 황혼을 눈앞에 둔 그는 곧 하나의 이정표를 눈앞에 두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17경기에 더 나가면, 역대 여섯 번째 2000경기 출장의 대기록을 세운다. 게다가 오로지 한 팀에서 그 기록에 도달하는 건 이숭용이 최초다. 그는 큼직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다지 화려하지도 않았던 제 선수 생활에 이제야 내세울 게 하나 생기네요. 이 정도면 충분히 뿌듯하게 여겨도 되겠죠?”
스포츠1부 기자 (트위터 @goodgoer)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