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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술품 1308점 밀반입

입력 | 2011-08-18 03:00:00

가방-국제우편 통해 들여와… 1139점 유통-판매 4명 입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북한 미술품을 몰래 들여와 국내에 유통시킨 조선족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북한 미술기관인 ‘만수대창작사’ 소속 화가의 그림 1308점을 밀반입해 이 중 1139점을 판매하고 3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로 조선족 김모 씨(46·여)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김 씨에게서 그림을 사서 판매한 갤러리 운영자 이모 씨(47)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북한 국적인 남편 김모 씨(46)가 북한에서 중국으로 가져온 그림을 가방에 숨기거나 국제우편(EMS)으로 국내로 밀반입한 뒤 점당 3만∼100만 원을 받고 이 씨 등에게 넘겼다. 중국 옌지(延吉) 시에 사는 김 씨의 남편은 북한의 해외교포 단체인 ‘조선 해외동포 원호위원회’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만수대창작사와 매년 8000달러 및 판매대금의 50%를 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고 평양을 왕래하며 부인에게 그림을 공급했다. 김 씨 부부는 국내 판매 대금 863만 원을 포함해 2000만 원을 북한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결과 김 씨는 그림이 진품인 것을 증명하기 위해 북한 화가들이 그림 앞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미술계에 따르면 북한 미술품은 모사품이나 가짜가 많고 특히 외화벌이 수단으로 마구잡이로 유통돼 진품을 제외하면 가격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미술 전문가 이종하 씨(57·중국 베이징 거주)에 따르면 현재 중국을 통해 국내로 유통되는 북한 미술품은 대부분 밀수품이고 가짜가 많다는 것. 과거 북한에서 사업을 하던 기업들이 대금 대신에 미술품을 받아오거나, 북한미술 애호가들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직접 들여오는 사례도 있었지만 이는 극히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 화가들은 보통 정부에 바치는 그림 외에 개인적으로 외화를 벌기 위해 똑같은 그림을 여러 장 그려 몰래 팔기도 하는데 이런 그림들이 국내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국내 미술계에는 “북한 그림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구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00년 H재단은 북한의 유명 화가 정창모 씨 전시회를 열려다 당시 국내를 방문한 정 씨가 전시 작품의 진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전시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 씨는 이날 동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화가들의 그림을 고작 3만∼100만 원에 팔았다면 가짜가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도 김 씨가 국내에 유통시킨 북한 그림이 진품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진품 북한 미술품은 미술계에서 상당한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계에 따르면 북한 정부는 6년제인 평양미술대 졸업자 가운데 실력이 뛰어난 화가들을 선별해 공훈미술가 칭호를 수여한다. 이 가운데 최고 실력의 화가에게는 인민예술가 칭호를 주는데 현재 200여 명의 공훈예술가와 70명 내외의 인민예술가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작품은 유럽과 미국에서도 주목할 정도로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중국 내에서의 북한미술 시장 규모도 지난해 2500만 위안(약 42억 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