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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스페셜]‘한국 대표 건축가’ 김석철 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 대표

입력 | 2011-08-19 03:00:00

“CEO는 귀 활짝 연 위대한 학생이 되야”




《 김석철 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 대표(68·명지대 석좌교수)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많다. 한국의 대표적 건축가이자 도시설계자로 수학, 철학, 물리학 등 여러 개의 프리즘을 통해 건축을 바라보는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서울 예술의전당, 서울대 캠퍼스, 여의도 마스터플랜, 쿠웨이트 자하라 주거단지, SBS 탄현스튜디오, 중국 베이징(北京) 경제개발특구 등이 있다. 그는 2002년 암 선고를 받은 후 위암과 식도암 수술을 거듭 받은 탓에 목으로 음식을 잘 넘기지 못한다. 음식보다는 독서를 통해 지식을 주로 흡수한다고 농담을 던지는 그는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암은 앎이 됐다”고 말한다. 》

서울 종로구 가회동 ‘아키반’ 사무실에서 만난 김석철 대표가 자신이 수집한 골동품 앞에서 사진 촬영에 응했다. 3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탁월해지고 싶다면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위대한 학생’이 되라”고 조언했다. 최훈석 기자 neday@donga.com

한 분야에서 거장(maestro)이라는 소리를 듣기까지 어떤 인생을 걸어왔는지, 탁월함을 향한 열정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들어봤다. DBR 87호(2011년 8월 15일자)에 실린 인터뷰를 요약한다.

―한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분야에 관계없이 탁월함을 이룬 사람은 해당 분야에서 자기를 버리는 헌신과 사랑이 있다. 중국의 유학자 주자(朱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어쩔 수 없이 잠시 벼슬을 했지만 학자로서 이러한 사실을 매우 부끄러워했고 남은 평생 동안 학문에 헌신했다. 화가 마티스는 췌장암 선고를 받고 3년 동안 아픔 속에서도 휠체어를 타면서 걸작들을 완성했다. 탁월함이란 이런 것이다. 개인, 국가 같은 차원을 뛰어넘어서 자신을 던지는 것, 지극한 사랑 그 자체다. 집념도 필요하다. 나도 암 때문에 죽음이 문턱에 온 순간에도 새벽 3시까지 공부했다. 취푸(曲阜) 프로젝트를 마저 정리하고 논어도 다시 읽었다. 청년 시절에는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 자지 않았다. 손의 통증 때문에 붕대를 감은 채 작품을 스케치하던 시절이 있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인문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건축 역시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공동체의 큰 흐름을 보게 하는 학문으로 우리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설명해준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하드웨어를 이해하기 위한 모든 학문의 기초다. 인문학의 바탕 없이는 어떤 일에서도 탁월함을 이룰 수 없다. 이 세상 모든 지혜가 인문학에 담겨 있는데 그것을 공부하지 않거나 모르고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없다. 가장 손쉽게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독서다. 물론 뛰어난 사람들 중에는 책을 읽지 않고서 스스로 깨닫는 이들도 있지만 드문 일이다. 위대한 인문학자들이 너무나 많지만 특히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인문학자를 꼽는다면 러셀과 톨스토이다.”

김석철 대표가 설계한 대표작 중 하나인 서울 예술의전당. 동아일보DB

―건축과 도시설계는 고도의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영감을 얻는 데 있어 독서는 토지처럼 바탕이 된다. 토지에서 자라는 나무 같은 존재는 사람과의 만남이다. 앨런 튜링이라는 컴퓨터 발명가는 ‘나는 이 세상의 가장 많은 것을 사람에게서 배웠다’고 말했다. 사람에게서 배우라는 말은 각종 모임에 나가 사교활동을 활발히 하라는 뜻이 아니다. 한 번 스치는 인연에서도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다. 튜링은 친구와 풀밭에 앉아 별을 바라보며 했던 이야기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나에게 또 다른 영감의 원천은 글을 쓰는 거다. 새 프로젝트를 맡으면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직접 글로 써본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다 보면 과장해서 생각하게 된다. 마치 만사 다 아는 것만 같다. 기억장치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글을 쓰다 보면 생각보다 자신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글쓰기는 생각 및 지식의 부족함을 깨닫는 자기반성과 성찰로 이끈다. 도시 속에서 사람 사이를 걸어 다니는 것도 좋아한다. 일주일에 두 번은 꼭 창덕궁에 간다. 거닐다 보면 어느 순간 ‘아’ 하면서 고민했던 문제에 대한 답이 떠오른다.”

―정치인, 행정가 등 많은 유명인들이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안다. 기업 CEO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

“의견을 구하러 오는 리더들에게 꼭 하는 얘기가 있다.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하루에 2시간은 아무도 만나지 말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음악을 듣든지, 영화를 보든지, 책을 읽든지 간에 2시간은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라. 문제에 봉착할 때 이야기를 듣고 조언해줄 사람이 3명은 있어야 한다. 자신을 과시하려는 CEO가 많은데 타인이 존재함으로써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CEO는 집단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사람(Creative Energy Officer)이다. 타고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자꾸 자기 얘기를 하고 자기도 모르게 선생이 되려고 하는데 이보다는 위대한 학생이 돼야 한다. 위대한 학생의 특징은 잘 듣는 것이다. 억지로 듣는 게 아니라 남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호기심과 흥미를 느껴 마음으로 잘 들어야 한다.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만큼 좌절이 따를 수밖에 없다. 좌절 속에서 꾸준히 전진하려면 승자에게 깨끗하게 승복하는 자세, 패배 속에서 배우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정태준 DBR 인턴연구원(홍익대 경영학과 3학년)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7호(2011년 8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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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게 병? 역설적 無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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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無知)에도 단계가 있다. △지식 그 자체를 모르는 무지(1단계) △자기가 그 사실을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무지(2단계)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자기만 그 해결법을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무지(3단계)가 그것이다. 1단계의 무지는 해결이 쉽다. 모르는 걸 찾아내 배우면 된다. 하지만 2단계, 3단계 무지는 역설적으로 해당 분야의 지식 수준이 높은 사람에게서 더 자주 발견된다. 자기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지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가 1단계보다 훨씬 어렵다. 창조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이 세 가지 단계의 무지를 스스로 알아차리고 기존 지식의 한계를 넘고자 노력한다. ‘역설적 무지’의 해악을 극복하고 본인의 앎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전력 센 일본이 참패한 까닭

▼ 전쟁과 경영


미드웨이해전 당시 일본군은 미군에 비해 항공모함의 수와 항공 전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군은 미군에 참패를 당했다. 미군에 암호가 해독된 데다 수색기가 고장 나는 등 예기치 못한 불운이 겹쳤다. 하지만 전쟁에서 우연은 일상적으로 발생하기에 결국 일본군 전략의 실패에서 패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일본군은 태평양전쟁 내내 용의주도하고 기발하며 꼼꼼했다. 하지만 미드웨이해전에서 일본군은 객관적 전력의 우위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함대를 분산시키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했다. 일본군이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한 원인이 무엇인지, 또 현대 기업의 조직에 어떤 교훈을 주는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