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지로 만든 숄더백. 뉴욕에서는 재활용을 통해 멋지게 거듭난 패션 아이템들이 사랑받고 있다.
소호에 자리한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디자인스토어에는 재활용한 제품이 여러 개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신문지로 만든 숄더백이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신문지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깜찍했다. 신문지를 엮어 마치 종이 띠를 교차시킨 듯 문양을 짰다. 그 위에 검은색과 흰색의 물감을 툭툭 뿌려 자연스러운 무늬를 입혔다. 투명한 비닐로 바깥 부분을 둘러 실용성을 더했다. 캔 꼭지를 엮어 만든 가방도 있었다. 가방 전체를 손으로 쓸어내려도 걸리는 것 하나 없이 매끈하다. 캔 꼭지로 만들었지만 손을 베이거나 긁힐 염려는 전혀 없었다. 은색의 빛을 발하며 물고기 비늘 같아 보이는 이 가방은 다른 행성에서 온 듯 묘한 매력을 발했다.
폐천막을 이용해 가방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스위스 브랜드 ‘프라이타크’ 매장도 올해 5월 소호에 문을 열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니 컴퓨터 가방부터 배낭, 핸드백, 지갑 등 폐천막을 가죽처럼 자유롭게 활용해 만든 제품들이 펼쳐져 있었다. 벽을 가득 채운 흰색 서랍장들을 열면 그 안에 가방이 얌전히 담겨 있다. 폐천막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가격이 쌀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서류 봉투를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사이즈의 가방은 50만∼60만 원, 간단한 소지품을 넣고 다닐 수 있는 사이즈의 가방도 20만 원이 넘는다. 가방에는 천막을 본래 용도로 사용하는 동안 긁혔던 자국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매장 매니저는 “이들 제품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이다. 가방을 쓰다가 긁히거나 때가 묻는 것은 자기만의 멋을 더해가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뉴욕=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