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가난한 학생에게만 무상급식을 하게 되면 눈칫밥을 먹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내세웁니다. 따라서 모든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함으로써 누가 공짜 밥을 먹는지 모르게 해 가난한 학생들이 갖게 될 낙인감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뜻 들으면 가난한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가 참으로 거룩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해 누가 가난한 학생인지 표시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가난한 학생이 표시나지 않게 무상급식을 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정부가 그런 방법을 개발해 국회에 법 개정안을 보냈지만 국회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가난한 학생의 낙인감이 걱정이라면 야당은 이 법안부터 처리하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24일의 서울시 주민투표는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묻는 아주 중요한 투표입니다. 크게 보면 야권이 주장하는 무상복지의 의미에 대한 총체적인 심판의 성격도 띠고 있습니다. 무상급식은 그 첫 전선일 뿐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무분별한 무상복지에 반대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주민투표에 대한 한나라당 사람들의 대응은 소극적인 편입니다. 심지어 자중지란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오세훈 시장이 당과 한번도 상의한 적 없는 주민투표에 왜 당이 깊은 수렁에 빠져야하는가"라면서 "중앙당이 지금이라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차라리 가만히 있으면 본전이라도 할 텐데 괜한 말로 분란을 자초한 꼴입니다. 명색이 지도부의 일원인 최고위원의 처신으로는 적절치 않습니다. 주민투표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가 참으로 한심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