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형남 논설위원
통일 재원 마련 방안 찾을 때
3대 세습을 진행 중인 북한의 김정일 부자에게도 두려운 소식일 것이다. 리비아와 시리아의 독재자에게 닥친 위기가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알아사드는 11년 전 아버지에게서 권력을 넘겨받은 세습 독재자다. 제삼자의 눈에는 그가 머지않아 김정일 부자에게 닥쳐올 국민의 저항을 먼저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지는 시대다. 북한 정권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리비아와 시리아 국민의 반독재 투쟁 소식이 북한 주민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을 순 없다. 2400만 북한 주민도 언젠가는 리비아와 시리아 국민처럼 반독재 투쟁에 나설 것이다. 우리가 오래전에 쟁취한 자유와 민주를 북녘 동포들인들 왜 원하지 않겠는가.
다행히 정부가 옳은 방향을 잡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기존의 대북(對北) 원칙을 재천명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내심 남한 정부가 물러서기를 기대하던 북한에 “책임 있는 행동과 진정한 자세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경축사는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우리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추궁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면 북한 주민을 억압하는 독재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통일 재원 마련 작업도 통일 준비를 위한 첫 단계로 의미가 크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통일세를 거론한 뒤 1년 동안 수많은 전문가와 관계기관이 통일 관련 논의를 계속했지만 중구난방인 통일비용 때문에 맥이 빠졌다. 그간 국내외에서 나온 통일비용 추정치는 20개를 넘어섰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지적대로 기존 연구는 전제조건과 통일시점, 추계방법상의 차이로 편차가 크고 신뢰성이 떨어진다.
김정일을 구원해줄 수는 없다
통일부는 단기(10년 내 통일) 중기(20년) 장기(30년)의 시나리오로 나눠 통일비용을 추정했다. 2031년 통일이 이뤄지는 중기의 경우 첫해 최소 55조 원에서 최대 249조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계산했다. 정부 차원에서 통일비용을 추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는 국방비 절감을 비롯해 통일 이후 우리가 얻게 될 편익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최선의 통일재원 마련 방안을 찾기 위해 적극 협력해야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