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위기 → PC 버리고 컨설팅社 변신 → 15년만에 MS시가총액 추월
‘빅 블루’ IBM이 5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을 15년 만에 추월했다는 뉴스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1990년대 중후반만 해도 IBM은 혜성처럼 등장한 MS에 눌려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해결사로 나선 루이 거스너 전 최고경영자(CEO)는 세계가 깜짝 놀랄 반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IBM이 탄생시킨 PC를 스스로 던져버리고 기업 컨설팅회사로 대변신한 것이다.
IBM과 함께 세계 하드웨어 업계를 양분해온 HP가 이제 IBM의 뒤를 이어 ‘위험한 도박’에 뛰어들었다. HP는 ‘세계 최대의 PC 제조업체’라는 브랜드 네임을 버리고 고부가가치 사업인 기업용 솔루션과 소프트웨어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벌써부터 글로벌 IT 업계는 HP가 IBM의 부활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한다.
HP가 인수하기로 한 영국 오토노미는 e메일, 메신저, 콜센터 고객통화내용, 비디오 이미지 등 비정형(unstructured) 정보를 통해 고객의 수요와 소비패턴을 찾아내는 데 있어 세계 최고의 업체다. HP가 오토노미를 인수하기로 한 것은 서버와 프린터를 기업에 공급해주면서 따라오는 컨설팅 시장을 먹겠다는 것이다. IBM의 전략과 유사하다. 이 전략은 기업들이 고객들의 니즈를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고부가가치 사업이란 점에서 사업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게 IT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