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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하드웨어 사업 철수]PC 세계 1위 HP, PC를 버리다

입력 | 2011-08-20 03:00:00

PC시대의 종언




개인용 컴퓨터(PC) 시대의 종언(終焉)인가.

세계 최대의 PC업체 HP가 PC 사업부문은 분사 또는 매각하고 모바일 사업은 포기하겠다고 18일(현지 시간) 전격 발표했다. HP는 그 대신 현금 102억 달러(약 11조 원)로 영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오토노미’를 인수하기로 했다. 또 HP는 지난달 출시한 태블릿PC ‘터치패드’와 웹 운영체제(OS) 스마트폰 생산라인 가동도 중단하기로 했다.

HP의 레오 아포테커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과감한 조치가 소프트웨어와 정보산업에서 HP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주주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P의 이번 결정은 ‘PC 시대’가 저물었으며, IT업계의 생존 경쟁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HP는 2002년 컴팩을 인수하며 세계 최대 PC 회사로 올라선 뒤 10여 년간 해온 사업 전략을 완전히 뒤집었다. 연간 4000만 대가 넘는 PC를 판매해 오던 세계 1위 PC 부문을 버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에 집중하기로 했다. 살기 위해 핵심사업을 버린 것이다. HP는 곧 조직개편을 통해 서버, 네트워크 장비 등 비즈니스(기업용) 하드웨어 부문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특히 HP가 지난해 휴대전화 업체 팜을 12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야심 차게 시작한 모바일 사업을 1년 만에 접은 점은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주도하는 모바일 경쟁에서의 패배를 시인하는 것이다. 모토로라 휴대전화 부문이 최근 구글에 넘어갔고, 세계 최대 휴대전화 회사였던 노키아, 블랙베리로 인기를 끌었던 리서치인모션(RIM) 등도 인수합병(M&A) 대상으로 전락했다.

HP는 이번에 인수를 발표한 오토노미를 통해 정보 분석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정보 분석은 기업들이 가진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 상황을 예측하고, 새 비즈니스에 대한 통찰력을 이끌어내도록 돕는 기술이다.

정보기술(IT) 투자회사인 펀드IT의 찰스 킹 애널리스트는 “PC 사업부를 매각하고 비즈니스컨설팅에 집중한 IBM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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