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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을 달구자… 대구세계육상 D-5]송재학 시인 “대구의 속정을 보여주자”

입력 | 2011-08-22 03:00:00

모든 도전에 기립박수… 대구의 속정을 보여주자




16일 우사인 볼트가 대구에 입성했다. 질박한 분지 도시 대구의 어떤 지점이 이 청년으로 인해 꿈틀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스타에게만 열광하는 것은 대구 사람의 스타일이 아니다.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대구 사람들에게 모든 선수는 기립박수의 대상이다.

스포츠 경기에서의 진정한 감동은 반전이라는 뜻밖의 드라마에 있다. 볼트보다 더 뛰어난 정지 화면을 남기고자 하는 청년들의 열정이라면 누구인들 매혹되지 않을 것인가. 볼트란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의 이름으로 각인되어 있다. 볼트의 기록을 찾아보니 100m가 9초58이다. 도대체 그 빠르기란 무엇을 뛰어넘으려는 속도일까.

식육목 고양잇과의 치타는 몸길이가 약 1.5m다. 치타는 100m를 3, 4초 만에 달린다. 치타의 달리기를 닮으려는 인간의 달리기는 사냥꾼 호모 사피엔스의 자부심이다. 석기시대의 사냥꾼에게 달리기는 생존에 필요한 상식이자 교양이었다. 고대 올림픽 종목을 보면 처음 52년 동안은 단거리 경주뿐이었다. 달리기는 고대 그리스에서도 미덕이었다고 짐작할 수 있는 자료이다. 그러므로 달리기를 포함한 트랙경기, 필드경기, 혼성경기, 로드레이스 등으로 나뉘는 육상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순수한 본성의 노출과 경합이라 할 수 있다.

0.01초를 다투는 100m라는 단위는 달리는 사람의 영혼을 순간 점화시키기에 안성맞춤의 거리이다. 그 거리는 인간이 자신을 경신하려는 열망의 단위이기도 하다. 빨리 달리고, 멀리 뛰고, 높이 나는 것은 가장 아름다운 몸을 창조하는 인간 한계의 경신이라는 부단한 자기 노력의 다른 동작들이기 때문이다. 그 역동적인 경신을 향한 의지로 인류는 문명을 만들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종목은 모두 47개. 그것은 인류 문명의 갈래이기도 하면서, 인간의 몸에 대한 탐구이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벌어지는 대구는 분지이다. 이 땅의 명칭은 다벌, 달벌, 달불성, 달구벌, 달구화를 거쳐 대구라는 소박한 이름을 얻었다. 그 이름은 넓은 땅, 큰 마을이란 의미를 두루 품고 있다. 마땅히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같은 큰 잔치가 벌어질 만한 땅이다. 이번 잔치가 잘 치러진다면 ‘컬러풀 대구’라는 브랜드는 명예롭게 기억될 것이다. 육상 발전에 극동의 도시 대구가 기여했다는 점에 대해 대구 사람들은 오래도록 자부심을 가질 것이다.

최근 대구에는 비가 자주 왔다. 우기가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하는 기우도 있었지만 거리마다 만국기가 펄럭이면서 맑은 날들이 많아졌다. 대회 포스터와 걸개그림과 깃발들이 잔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대회 마스코트인 살비(SARBI)들이 47개 종목을 실연하는 홍보물이 대구 시내 곳곳에 가득하다. 살비는 삽살개 캐릭터이다. 삽살개처럼 치명적인 헤어스타일이 돋보이는 귀여운 마스코트이다. 삽살개는 친화력과 민첩한 몸놀림, 그리고 귀신과 액운을 쫓는 영험한 개다. 27일부터 9일간 대구 곳곳에서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희망을 외치는 살비를 만나리라.

송재학 詩人 기고―본보 해설위원·대구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