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카스테라’대본 ★★★☆ 연출 ★★★ 연기 ★★★ 무대 ★★★
박민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카스테라’는 담담히, 때론 엉뚱한 방식으로 관객을 위로한다. 혜화동1번지 제공
소설가 이외수가 “대한민국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인 사건”으로 박민규라는 작가의 출현을 꼽을 만큼 국내 문학계에도 인지도를 높인 그의 그 다음 번 단행본이 2005년 나온 ‘카스테라’다. 문예지에 틈틈이 발표했던 그의 단편 10편을 묶었다. 그런데 한 없이 가벼운 구어체의 표현들로 묵직한 감동까지 낚은 ‘삼미 슈퍼스타즈…’와 비교하면 너구리, 기린, 도도새 등 동물들을 대거 등장시킨 이 책의 초현실적 단편들은 감동까지 낚기엔 각각 길이가 너무 짧았다.
하지만 이 단편들, 의외로 무대와 궁합이 잘 맞았다. 그의 톡톡 튀는 구어체의 글들은 그대로 훌륭한 대사였다. 박민규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은 오감을 충족시키는 무대라는 특성 때문에 확장되면서도 현실적이었다.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셈이다. 동명의 연극(성종완 박소영 연출)은 이 책의 단편 중 표제작 ‘카스테라’와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세 편을 옴니버스 형태로 묶었다.
이 무슨 황당무계한 시추에이션인가 싶겠지만 너구리는 상징일 뿐이다. 세상과 타협하며 버려서는 안 될 인간의 타고난 본성이 바로 너구리다. 너구리의 비누칠로 위로받은 로커는 노래한다.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중간 중간 로커가 대사를 ‘로커 삘’의 노래로 하는 것은 극의 재미를 더했다. 박민규 팬이지만 소설 ‘카스테라’는 기대에 못 미쳤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특히 ‘강추’한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혜화동1번지. 1만5000원. 010-4173-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