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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김희진]비타민D와 사람의 몸

입력 | 2011-08-24 03:00:00


김희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역학건강증진학과 교수

비타민D는 뼈를 튼튼하게 하는 영양소다. 칼슘을 골수로 운반해 뼈대가 성장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비타민D가 결핍되면 뼈가 자라는 데 장애가 생겨 어린이는 구루병, 어른은 뼈엉성증(골다공증) 등의 질병이 생기게 된다. 비타민D의 다른 효과에 대한 학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전립샘암과 대장암 유방암 심장질환 당뇨병 등을 예방하며 독감 치료를 돕고 다이어트 효과를 높여준다는 것이다.

지난주 미국 미시간대 에두아르도 비야모르 박사는 혈액 중 비타민D가 적은 여자 어린이들이 충분히 높은 여아들에 비해 초경 나이가 빨라질 가능성이 2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초경이 빨라지면 키가 자라지 않을 수 있고, 심혈관질환과 유방암 위험도 높아진다. 이 연구 결과의 근거 중 하나로 ‘비만’이 꼽힌다. 비타민D가 부족한 여아들은 비만해질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비만하면 초경이 빨리 온다는 것이다. 비야모르 박사의 연구는 한 번만 조사한 게 아니라 여아들의 혈중 비타민D 농도를 측정한 뒤 30개월 동안 지켜보면서 초경이 시작되는지를 파악했기에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고 있다.

물론 비타민D의 여러 효과가 모두 확실히 검증된 것은 아니다. 영국의 ‘코크란 도서관’(www.thecochranelibrary.com)에는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검증한 결과가 소개돼 있다. 여기에는 비타민D 보충제를 섭취하면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효과는 건강한 사람보다는 영양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 여성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비타민D는 뼈뿐만 아니라 인체의 다양한 조직과 세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 비타민D가 부족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등어, 연어, 버섯, 달걀노른자, 비타민D 강화 우유나 주스 또는 보충제로 섭취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햇빛을 쬐는 것이다.

미국골다공증재단이 권하는 비타민D 하루 권장량은 50세 이전 400∼800IU(비타민 단위), 50세 이후 800∼1000IU지만 우유 200mL에 든 비타민D는 100IU, 참치통조림 100g에 든 비타민D는 236IU 정도다.

이렇듯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으로는 하루 권장량을 채우기 어렵기 때문에 일광욕이나 야외활동을 하면서 비타민D를 보충해야 한다. 사람의 체내에는 비타민D 전구체가 있는데 피부에 태양의 자외선을 받으면 이 전구체가 비타민D로 바뀌게 된다. 이때 긴 옷에 목도리와 선크림으로 중무장하면 소용이 없다. 유리창을 통과한 햇빛도 비타민D 합성에는 도움이 안 된다. 자외선이 유리에 흡수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햇빛은 비타민D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동시에 발암물질이기도 하다. 한낮이나 한여름, 긴 시간의 과도한 일광 노출은 피부암 위험을 높이므로 피해야 한다. 자외선이 강한 시간대를 피하면서 주 3회 하루 15분 정도 얼굴과 목, 팔에 햇빛을 쬐도록 한다. 햇빛에 타는 것을 두려워하는 여성들은 반갑지 않겠지만 자외선 차단제로 가리기보다 햇빛에 적당히 몸을 노출하는 게 좋다. 실제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비타민D 수치는 유럽과 남미 등 18개국 가운데 최하위였으며, 우리나라 여성의 88.2%가 비타민D 결핍 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종 깜깜할 때 퇴근하는데도 별을 올려다본 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한 것처럼 매일 햇빛 속에 있지만 정작 내 살에 비추어준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오늘 햇빛이 난다면 비키니 차림까지는 아니더라도 유리창 밖으로 나서 볼 일이다.

김희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역학건강증진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