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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1억 내놔, 안되면 반만…”

입력 | 2011-08-25 03:00:00

“돈 안주면 막걸리에 독극물”… 협박전화 오래끌다 덜미잡혀




“안 되면 반만 줄래요?”

사업 실패 후 돈을 벌기 위해 막걸리 회사를 협박한 어설픈 협박범들이 범행 하루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동업을 하다 사업에 실패한 강모 씨(47)와 신모 씨(35). 지난달 말 한 술집에서 신세 한탄을 하던 두 사람 눈에 탁자에 놓인 막걸리 병이 들어왔다. 순간 두 사람은 “막걸리 회사를 협박해 돈을 받아 빚을 해결하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A탁주회사를 협박 대상으로 정한 두 사람은 치밀하게 대포폰 구입, 협박 편지 등을 작성했다.

하지만 머릿속과 달리 행동은 어설펐다. 22일 오후 택배원을 가장해 서울 마포구 A탁주회사를 찾은 이들은 직원에게 “현금 1억2000만 원을 주지 않으면 제초제를 넣은 막걸리를 대형마트에 유통시키겠다”고 협박한 뒤 제초제를 넣은 것으로 추정되는 막걸리 1병과 협박 편지를 놓고 사라졌다.

이들은 또 공중전화와 대포폰으로 회사 측에 협박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경찰에 신고된 상태. 회사 측은 “당장 돈이 없다. 시간이 좀 필요하다”며 지연작전을 폈고, 그 사이 경찰은 전화가 걸려온 공중전화 위치를 파악했다. 회사 측의 지연작전에 말린 이들은 금액을 반으로 줄여가며 협박범답지 않게 사정을 했고 그 사이 출동한 경찰에 하루 만에 검거됐다. 서울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강 씨 등에 대해 공동공갈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