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널려 있다. 평생 땀을 흘려 모은 재산을 일거에 탕진하고 파멸에 이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미국 유명 카지노가 있는 도시의 중고차는 전국에서 값이 가장 싸다. 자동차를 저당 잡히고 노름을 한 사람들이 내놓은 매물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등록금 수만 달러를 하룻밤에 날리고 식당에서 접시를 닦으며 등록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유학생들의 이야기도 흔하다.
▷감사원이 그제 내놓은 강원랜드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강원 정선군의 폐광 지역에 만든 강원랜드 카지노에 연 13회 이상 드나든 5만2317명 중 1307명은 생활이 어려워 국가로부터 생계 주거급여 등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 가운데 578명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선정된 뒤에도 최소 13회에서 최대 1277회까지 카지노를 출입했다. 3년에 6억 원을 날리고 강원랜드를 전전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쯤 되면 불치병 수준이다. 잃은 돈이 100만 원 안팎이면 손쉽게 손을 털 수 있지만 액수가 커질수록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