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효경(孝經)”… 이웃 어르신들 받들기 20년
《노인들은 갈 곳이 없었다. 일을 놓기에는 아직 이른 60대의 ‘젊은 노인’도 많았지만 이들을 받아주는 곳은 드물었다. 자연스럽게 노인정에서 화투나 치며 소일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지금은 개발이 돼 아파트촌이 됐지만 1991년 대전 송촌동과 중리동 일대는 논밭에 야산도 있는 전형적인 시골동네였다. 그해 10월 비닐하우스에서 어른 11명이 모여 교회 설립 예배를 올렸다. 개신교계에서 ‘효자 교회’로 소문난 송촌장로교회(예장 백석 교단)의 첫 출발이었다. 교회 설립 이후 노인들과 사랑을 나누는 것이 교회의 목표였다.교회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았지만 2002년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송촌실버대학을 개설했다. 지금은 출석 신자 2000여 명의 교회로 성장했지만 당시에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사회는 물론이고 가정에서조차 밀려난 노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대전 대덕구 중리동 송촌장로교회는 어르신 공경을 시대가 교회에 준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어르신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게 하려는 교회의 노력은 고령화시대를 맞은 우리 사회에서 노인복지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박경배 담임목사
“실버대학은 사실 평생교육 개념이라 졸업한 뒤에도 교회에 오는 어르신이 많습니다. 졸업생들은 ‘대학원생’으로 부르죠. 여기서는 돌아가셔야 ‘진짜 졸업했다’고 합니다.”
“최근 영어반에서 공부한 어르신들이 영어연극대회에 나가 3등을 했습니다. 한글반에서 글을 배운 분들이 보낸 e메일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저보다 인터넷을 능숙하게 하는 분도 있습니다.”
제자들의 달라진 모습을 설명하는 박 목사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마치 늦공부가 터진 자식을 둔 부모 같다. 그가 노인 사역에 특히 관심을 가진 것은 1983년 작고한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계기가 됐다.
교회가 운영하는 송촌실버대학에서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송촌장로교회 제공
흥미로운 것은 이 교회의 경우 효를 성경적인 가르침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박 목사는 “예수님께서 스스로 효를 실천했고, 성경 곳곳에 효를 강조하는 대목이 나온다”며 “성경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효경(孝經)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지체장애 때문에 휠체어에 앉아 있던 최윤택 씨(60·대덕구 법동)와 마주쳤다. 그는 “10여 년 전 새 교회가 건축될 때 장애가 있는 단 2, 3명의 교우를 위해 교회 입구에 경사로를 만들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며 “교회가 소외된 이웃의 작은 아픔까지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길 건너편에 내년 말 완공 목표로 지하 3층, 지상 6층 규모의 ‘송촌교육문화센터’(가칭)를 건축하고 있다. 나중에는 인근 대청호 부근의 폐교를 활용해 청소년과 노인을 위한 종합복지타운을 세우는 것이 목표다. ‘대형 건축’이 아니냐고 묻자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새로 건립하는 센터는 교회라는 이름도 넣지 않고 지역주민을 위한 교육문화공간으로 사용됩니다. 교회가 하나님과 신자만 섬기고 이웃에게는 닫힌 공간이 돼서는 안 되죠. 노인대학도 신자와 비신자의 비율이 50 대 50 정도입니다. 절대 예수 믿으라고 하지 않아요.”(박 목사)
이 교회에 대한 신자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한 신자는 “자원봉사를 하다 보면 내가 노인들을 돕고 있는 게 아니라 사랑과 복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신자들이 봉사를 통해 얻은 감동은 다시 이웃을 위한 빛과 소금으로 바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