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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플러스/커버스토리]‘백동수’ 신현빈 “지창욱 개구쟁이, 대선배 유승호는 과자광”

입력 | 2011-08-26 11:44:00


신현빈은 \'무사 백동수\' 유지선 역을 꿰찬 비결에 대해 "유지선처럼 덤덤한 성격 덕분"이라며 "좋은 말을 들어도 나쁜 말을 들어도 동요하지 않는 무던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창욱 씨요? 어휴, 말도 마세요. 장난꾸러기예요. 제가 '그만 하십시오!'라고 정색할 때까지 장난치고, 개그하고…. 유승호 씨는 라면 모양 과자를 주면 아이처럼 좋아해요."

배우 신현빈(25)은 SBS '무사 백동수'에서 함께 촬영 중인 동료 배우들이 귀여워 죽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500대1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인기드라마 '무사 백동수'에서 여주인공 유지선 역을 꿰찬 강단 있는 신인이다.

지난해 데뷔작 '방가방가'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거머쥐더니, 첫 출연 드라마는 월화극 시청률 1위 가도를 달리며 인기몰이 중이다.

조선 정조시대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낸 무인 백동수를 주인공으로 한 '무사 백동수'는 북벌을 꿈꾸는 사도세자(오만석) 세력과 이를 저지하려는 노론이 효종 때 만들어진 병법서 '북벌지계'를 둘러싸고 혈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북벌지계를 수호해야하는 유씨 가문의 딸 유지선 역을 맡았다. 아버지가 죽기 전 북벌지계를 지키기 위해 딸의 등에 지도를 문신으로 새겨 넣는 바람에 인생이 더 꼬였다. 북벌지계 문신 때문에 숱한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던 것.

신현빈은 비록 극에선 주인공 백동수(지창욱), 여운(유승호)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청순가련' 조선 여인이지만, 촬영장에서는 말괄량이 아가씨처럼 휘젓고 다닌다.

노출신 부담보다 오히려 촬영장에서 카디건 하나만 앞으로 걸치고 거리를 활보하며 다니고, 한 여름의 무더위도 다른 배우들과 부채질 경쟁을 하며 웃어버리는 털털한 매력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그가 거침없이 풀어낸 '장난꾸러기' 지창욱, '애어른' 유승호와의 촬영장 에피소드, 그리고 배우가 되기까지의 삶과 앞으로의 계획까지 모두 들어보았다.

▶촬영장에서 인사 잘하는 신인, 카메라 부담감…

-방송으로 연기를 모니터링 하니 어떤가요?

"방송을 보면서 '내가 부담감을 느끼고 있구나' 싶더군요. 카메라가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보이지 않는 걸 보여주고 눈에는 보이는 것도 안 보이는 것도 있고. 긴장하고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게 보이더라고요. 더 잘해야겠다는 각오를 해요."

-한 여름에 사극을 찍느라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더워서 힘들어요. 그래도 나는 액션신도 적고 가마도 타니 그나마 나은 편이죠. 다른 배우들은 그늘도 없는 말을 타고 땡볕에서 액션을 찍습니다. 촬영장에는 선풍기, 부채가 필수다. 컷이 들어가기 직전까지 서로에게 부채질을 해줘요. 남자 배우들은 긴 가발을 써서 대기시간에는 예쁘게 핀으로 머리를 올려요 뒷모습이 업스타일의 늘씬한 언니들로 변해요. 한 언니는 생머리, 한 언니는 웨이브를 한 '덩치 큰 언니들'로.(웃음) 양초립 역의 최재환 선배는 옷에 몰래 큰 구멍을 냈어요. 통풍이 안돼 더우니까. 어차피 겉에다가 옷을 또 걸치니 안의 옷에는 구멍을 파낸 거죠. (웃음)"

-더워도 즐겁게 촬영하는 것 같다. 신인인데 다른 배우들과의 관계가 어렵지 않은가요?

"내가 사실 낯을 가리다 보니까 선배, 동료 배우들이 어려웠습니다. 전광렬 선배님이 '낯을 많이 가리니?' 물어볼 정도죠. 박준규 선배님이 '그래도 인사는 잘한다고. 거기까지만 잘 한다'며 웃으셨어요. 다들 좋으세요."

"젊은 배우들은 전체적으로 낯을 많이 가립니다. 승호 씨와 창욱 씨 모두 그래요. 이제는 많이 친해져서 농담도 해요. 가끔 장난이 지나칠 때가 있긴 하죠. 참새 구운 것을 먹는 촬영이 있었는데 창욱 씨가 리허설이라며 자꾸 나에게 고기를 먹이려고 해서 처음에는 같이 놀다가, 정색한 적도 있어요. 정말 입에다 계속 쑤셔 넣으려고 하잖아요. 나는 사극 톤으로 '그만 하십시오. 저에게 왜 이러시는 겁니까'라고 했죠."

"창욱 씨가 입으로 직접 씹어 만든 약초를 발에 난 상처에 붙여주는 장면이 있었어요. 직접 붙이기 전까지는 어쩐지 더러울 것 같다며 미안해하더니, 촬영 때는 붙이고 되게 신나했어요. 정말 침 국물이 뚝뚝 떨어질 지경으로 씹어서 붙여줬어요. 그래도 재밌어요."

-상대 배우들이 나이가 어린 편인데 불편한 점은 없나요?

"사실 처음에는 승호 씨가 고교생인 줄 몰랐어요. 스무 살 정도 됐겠지 막연히 생각했는데 고등학교 3학년! 평소에는 누나, 동생 하는데 어리다는 생각은 안 들죠. 경력으로는 엄청난 선배들이기도 하고."

"사극 베테랑 승호 씨는 심지어 촬영 스케줄을 안내해줘요. 날씨를 보더니 '밥 먹고 와도 돼요. 이래서는 영 못 들어가요', '오늘은 몇 시에 끝날 거예요' 하면 그 말이 딱 맞아요. 그런데 라면 모양 과자를 그렇게 좋아해요. 먹을 것을 주면 참 좋아하고 배고프면 예민해지고 그런 모습을 보면 나이를 감출 순 없구나 싶죠."

신현빈은 촬영 현장과 동료 배우들에 대해 무척 실감 나게 이야기를 해나갔다. 한 여름의 무더위도, 지루한 대기 시간도 그에게는 마치 소풍 같은 시간인 듯 했다.

신현빈은 롤모델로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를 꼽았다. 그는 "60살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직도 소녀 같은 면을 가지고 있다"며 "작품마다 완벽하게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노출신 부담이요? 촬영장에서 카디건만 앞으로 걸치고 다니는 걸요"

그는 첫 드라마에서 과감한 노출신을 감행했다. 바로 북벌지계 문신 노출이다.

"사람들이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석호필(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의 한국식 별명)을 따라 '석호순'이냐고 해요. (웃음) 처음에는 길기만 하던 문신 작업 시간이 이제는 1시간 남짓으로 줄고, 더 정교해 졌어요. 전문가 2분이 그려요. 이제는 저도 어느 쪽에 숲이 있고 길이 있는지 안 봐도 알아요. 촬영 감독께 '카메라 각도를 이쪽으로 잡으면 더 예뻐요'라고 조언할 수 있는 정도죠."

"문신이 땀에 지워질까 봐 등에 카디건을 거꾸로 입고 대기실을 돌아다녀요. 그러면 선배들과 스태프들이 '다 그렸어? 잘 됐어?'라고 큰 관심을 보이죠. 문신 촬영이 있는 날은 스튜디오가 화기애애해요."

-노출신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별로 없어요. 전신 노출은 대역이 해요. 노출 부담보다는 문신 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힘들죠. 새벽 촬영 때도 한 시간 일찍 나와서 준비해야 하니까요. 식사를 포기하고 그릴 때도 있어요. 지우는 것도 일입니다. 촬영이 늦게 끝나 피곤한 날은 '씻긴 씻어야겠는데, 내일이 되면 더 안 닦일 텐데, 등이라도 씻어야하나' 라며 계속 고민을 해요."

-노출을 위한 특별히 등 관리를 하나?
"물론이다. 매끄러운 등을 위해 꾸준히 스트레칭과 스크럽을 합니다.(웃음)"

그의 말투는 거침이 없었다. 드라마 속 유지선의 차분한 눈빛이었지만 이에 털털한 매력이 더해져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했다. 유지선과 신현빈, 둘은 어떤 점이 닮고 또 다를까.

▶500대 1의 오디션 경쟁률을 뚫은 비결은 '무덤덤함?'

-극 중 유지선의 눈빛이 그대로입니다.

"유지선과 닮은 면이 있습니다. 저도 조용하고 무던해요. 약간 재미없는 캐릭터라고 할까?"

-유지선은 극중 동수와 여운의 마음을 얻는 인물입니다. 둘 중 누가 더 매력적인가요?

"연민을 느끼고 동질감을 느끼는 건 여운이겠지만 마음은 동수에게 가지 않을까요? 비슷한 여운보다는 아픔을 극복하고 밝게 살아가는 동수에게 지선이도 긍정적 기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유지선 역할에 캐스팅되기 위해 500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는데요?

"당시에는 500대 1이라는 것도 몰랐고 그냥 많이 본다는 것만 알았어요. 오디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드라마 오디션은 어떤 것인지 경험하는 측면에서 보자 생각하고 보게 됐는데 정말 운이 좋게 붙었어요."

-오디션에서 무엇을 보여드렸나? 좋은 결과를 얻은 비결이 있다면?

"감독님이 영화를 보셨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연기 오디션은 '무사 백동수'와는 다른 여전사 캐릭터로 시험을 봤습니다. 내가 발랄한 면 보다는 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이라서 좋은 얘기를 들어도 덤덤하고 나쁜 얘기를 들어도 덤덤해요. 감독님이 '담대하니?' 물어봤는데 '글쎄요'라고 솔직히 대답했죠. 그런 면이 지선과 닮았다고 하더군요."

▶"하마터면 '백상 민폐녀'가 될 뻔했죠.

-데뷔작 영화 '방가방가' 장미 역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받았습니다.

"'무사 백동수' 준비로 액션스쿨을 다닐 때였는데, 정말 제가 받을 줄은 몰랐죠. 내가 받을 거란 생각 자체를 못하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 느긋하게 보고 있다가 호명돼서 깜짝 놀랐어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축하 한다'고 하기에 일어서긴 했지만, 무대로 상 받으러 가면서도 '내가 아닌데, 괜히 나가서 시상식 민폐녀로 낙인찍히는 건 아냐?'라고 걱정했죠. 수상소감으로 무엇을 말했는지도 기억 안나요. 실제로 본 사람은 압니다. 정말 벌벌 떨었어요."

-부담이 많이 되던가요?

"놀랍고 기쁘고 감사하기도 했는데 부담이 많이 됐어요. 트로피가 무거웠습니다. 금도 아니고 왜 이렇게 무겁게 만들었지 궁금했는데, 나중에 '부담 되라고 이렇게 무겁게 만들었나 보다' 싶었어요. '무사 백동수'에서 유지선 역할에도 부담이 더 생겼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술 이론을 전공한 신현빈은 졸업 후에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연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기하고 싶은 건 고등학교 때부터였어요. 그런데 어릴 적부터 미술을 쭉 해와 미술을 안 하는 것을 생각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미술 이론 학과로 진학했지만, 동급생들 열정이 대단하더군요. 그걸 보면서 나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하자고 마음먹게 됐어요. 부모님은 내가 정말 배우가 되고 싶은 거라면 한두 살 더 먹는다고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니 정규 학업 다 마치고 시작하라고 하셔서 그에 동의를 했어요. 졸업하고 프로필 사진 찍고, '방가방가' 오디션을 보게 됐죠."

-연기자로서 어떤 꿈이 있나요. 베를린 영화제? 연말 대상?

"사실 그보다는 지금이 중요해요.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가 더 나은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죠. 처음부터 큰 역할을 맡은 만큼 부담을 갖고 열심히 할 것입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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