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된 정물-김용관, 그림 제공 포털아트
세상 참 먹고살기 힘들다고 푸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보릿고개가 돌아온 것도 아니고 먹을 것이 없어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시절도 아닌데 왜 이렇게 먹고살기가 힘든지 모르겠다며 삶을 버거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먹고산다’는 말은 가진 것 없는 서민 인생의 리얼리티를 상징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서민만 먹고사는 문제에 골몰하는 게 아닙니다. 대형서점에 가면 ‘잘 먹어야 오래 산다’는 것을 강조하는 온갖 건강 식이요법 관련 서적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요컨대 잘살거나 못살거나 먹는 문제에 대한 집착에는 하등 차이가 없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무엇을 먹는가가 다를 뿐.
빅토르 위고가 쓴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합니다. 출옥한 뒤에도 ‘빵 한 조각’의 원죄 때문에 힘겨운 인생의 파노라마를 겪게 됩니다. 19세기의 장발장을 생각한다면 지금 우리는 너무 잘 먹어서 비만과 다이어트에 시달리는 21세기의 호사족입니다. 과음, 과식으로 건강을 해치고 온갖 중독에 사로잡혀 자신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고살기 힘들어 죽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생존이 아니라 생활의 각박함에 시달리며 마음의 여유를 잃고 살아가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약을 먹는 것보다 음식을 제대로 먹는 게 낫고, 음식을 제대로 먹는 것보다 걷는 게 낫고, 걷는 것보다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게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먹기 위해 산다는 말, 살기 위해 먹는다는 말, 모두 인생의 필요충분조건입니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가장 잘 먹어야 할 것은 언제나 마음입니다. 마음 한 번 잘못 먹으면 남의 인생을 해칠 수 있고, 마음 한 번 잘못 먹으면 자신의 인생까지 망칠 수 있습니다. 만병의 근원이 먹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면 건강을 해치는 으뜸은 누가 뭐라 해도 마음을 잘못 먹는 일입니다. 오늘, 한 끼쯤 식사를 거르고 마음을 편하게 먹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박상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