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타밈 안사리 지음·류한원 옮김/608쪽·2만8000원·뿌리와이파리
안정국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HK연구교수
‘세계사’라는 이름을 갖고 나왔으니 이 세계의 역사를 해석한 사람이 누구인지 우선 알아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타밈 안사리, 완벽하게 이슬람적인 이름이다. 그는 아프간계 미국인 작가이자 교사로 저명한 무슬림 집안 출신이다. 어머니가 미국인이며 열여섯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이후 미국에서 줄곧 살면서 아프가니스탄 이슬람문화와 미국 서구문화를 두루 경험했다. 그러니 이 책은 ‘타밈 안사리의 눈으로 본 세계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잊혀진 역사’라는 제목으로 아랍어로도 번역 출간된 이 책은 이슬람 세계의 역사를 다룬 교양 논픽션에 가깝다. 역사적 사실들을 분석한 학술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학술적 목표를 가지고 구성된 역사서에 건조하게 나열된,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들을 새롭게 읽어낸 것이다.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의 저자는 “올해 ‘아랍의 봄’에 대해 내가 궁금한 것은 ‘왜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왜 이제야 일어났는가’이다”라고 말한다. 뿌리와이파리 제공
저자는 무슨 일이 ‘실제로 일어났는가’를 파헤치기보다는 무슬림들이 어떤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인형극과 같은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한다. 그러니 일면 무척이나 교활한 책략가로 보이는 살라딘이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통치자로 등장하고 있다고 해서 특별히 이상해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야기이니 읽기가 수월하다. 서문에서 색인까지 600쪽이 넘는 비교적 두툼한 책이지만 일단 읽어가기 시작하면 언제 이 책을 다 읽었는지 의아해질 정도로 쉬이 읽혀진 데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읽어온 세계사 책에서 ‘생략된 이야기’들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그러니 이 책으로 그동안 독자들이 엮어 놓은 세계사 날줄에 여러 가닥의 씨줄이 잘 먹어들어 가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슬람 세계의 중세와 근대역사를 다루고 있으나 이야기는 중세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며 방점은 근대역사에 찍는다. 그러니 ‘지금’의 문제에 더 큰 관심이 있다면 우선 이슬람 세계의 근대 개혁운동을 다루는 부분을 따로 떼어놓고 읽어도 괜찮을 것이다. 무함마드 압두, 자말루딘 알아프가니, 하산 알반나, 사이드 쿠틉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이슬람 세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얻게 될 것이다.
추천사를 보니 이 책이 ‘이슬람공포증을 치료하는 해독제’가 될 것이라고 한다. 개신교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교세를 가진, 그야말로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종교가 이슬람인데 공포증을 갖는다면 여러모로 불편할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것으로 공포증을 해독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최소한 진단시약 정도는 가지게 된 셈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슬람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세대 간에 서로 주고받는 ‘역사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재미가 자못 크다.
안정국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