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고 원서접수 본격 시작
수학·과학 실력있으면 유리
전국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자율고 입시의 최종합격을 가르는 변수는 학습계획서와 면접이다. 사진은 용인외고의 수업 모습. 동아일보 DB
학습계획서와 면접이 답이다. 지원자들의 내신 성적이 큰 차이가 없어 학습계획서와 면접이 갖는 변별력이 큰 데다 성적이 조금 낮아도 서류와 면접을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확실히 보여준다면 최종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지훈 용인외고 입학담당관은 “내신 5% 이내엔 꼭 들어야 합격한다는 소문과는 달리 지난해 입시 결과 합격생 중 30%는 내신이 5∼15%였다”면서 “내신이 다소 부족해도 서류와 면접을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어필하면 충분히 합격이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1]난 좀 다른 사람이야!
학습계획서를 작성할 땐 면접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서류의 진위, 인성, 창의성, 잠재능력 등을 평가하는 개별면접에서 면접관이 주로 학습계획서에 기재된 내용을 토대로 질문하기 때문이다. 학습계획서는 크게 △지원 동기 △학업 계획 △자기주도학습 경험 △체험활동 △독서 이력을 묻는 항목으로 이뤄진다.
실제 사례를 근거로 들어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적되, 남들이 다 쓸 만한 식상한 답변은 피하자. 학습계획서부터 돋보이지 않는다면 면접에서도 관련 질문이 줄어들기 때문에 나만의 경쟁력을 알리기 어렵다.
박 입학담당관은 “자연과학과정 지원자 대다수가 꿈이 ‘의사’였다. 그중 90%는 ‘친구, 가족 중 누군가 아파 병원에 갔다가 열심히 치료하는 의사의 모습을 보고 꿈이 생겼다. 앞으로 서울대 의대 학부과정, 미국 존스홉킨스대 석박사과정을 마치고 사회봉사를 위해 국경없는의사회에 들어가 활동하겠다’고 썼다”면서 “비슷한 내용만 계속 읽다가 틀을 깨는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면 집중하게 되고, 면접에서도 관심이 더 간다”고 말했다.
자율고는 외국어고, 과학고와 달리 인문계열 자연계열 학생을 모두 뽑는다. 하지만 자신이 어느 계열의 성향이든 기본적으로 수학, 과학에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는 사실을 보여주면 유리하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역대 대입 결과를 보면 자율고엔 의대를 지망하는 자연계열 학생이 많고, 인문계열 중에서도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다. 학업을 따라갈 수 있는 기본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면서 “수학, 과학 성적이 낮거나 관련 특기가 없다면 문학이든 예체능이든 발명이든 특정 분야에서 특출한 재능을 가졌단 것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하나고에 입학한 정동준 군(16). 그는 지난해 학습계획서를 작성할 때 장래 공항 홍보직에 종사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학업활동을 묻는 항목엔 ‘수학에서 확률 파트를 심화 공부했다’는 내용을 썼다. 면접 땐 이와 관련해 ‘수학적 확률과 통계적 확률의 차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보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 밖에도 수학서적을 읽은 경험 등을 적으며 꿈을 이루기 위한 학업능력이 탄탄함을 어필했다”고 말했다.
[3]경쟁적 학습 분위기? 자신감으로 극복!
학교의 설립 취지, 배경, 인재상에 자신의 능력과 적성이 어떻게 부합하는지를 생각하며 준비해도 효과적이다.
한만위 민사고 기획부교장은 “심화 수준의 영어수업이 진행되는 민사고 커리큘럼의 특성상 자신의 생각을 최소 중학 수준의 영어로 말할 수 있는지 평가할 것”이라며 “특히 올해 인성 영역의 면접에선 학생의 국가관과 역사관에 대한 평가를 강화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자율고 커리큘럼은 수준이 높은 데다 전국에서 경쟁력 있는 학생들이 모인다. 또 대부분 고교가 기숙형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나는 경쟁적인 학교 분위기와 공동체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쭈뼛쭈뼛하거나 심약해 보이는 건 금물.
올해 용인외고에 입학한 박새미 양(17)은 “예상 질문을 스스로 30개가량 뽑아 부모님과 모의면접을 했던 게 실전에서 큰 도움이 됐다”면서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크게 심호흡을 하고 웃으면서 대답하는 태도가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