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재정장관 “성장률 하방압력 커져”… 전망치 하향조정 가능성 소비-투자-무역수지 등 실물경기 전반 빨간불
경제 전문가들은 앞으로 정부 경제정책 운용의 무게중심이 물가에서 성장으로 U턴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충격파가 증권시장을 거쳐 실물부문으로 본격 확산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 글로벌 ‘R의 공포’ 확산 조짐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미국 경기둔화와 유럽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가뜩이나 불안했는데,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반신반의하던 시장심리에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을 계기로 ‘확신’으로 굳어졌고, 이후 ‘증권시장 폭락→소비 등 심리지표 악화→실물지표 둔화→성장률 하락이라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 확산 경로를 따라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가계 소비와 기업투자, 정부지출, 무역수지 등 실물경기 지표 전반에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제조업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산업생산의 전반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광공업생산지수(계절 조정치)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월 15.0%에서 6월 6.1%로 줄었다. 고용 창출 등 후방효과가 큰 건설은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시공 공사액(기성액)이 1.1% 감소했고 올해도 집중호우와 주택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은 기업의 투자 부진으로 이어진다. 기업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월과 7월 연속 91에 그쳐 2월 이후 최저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지수가 100 미만이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인이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제 회복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정부지출도 재정건전성 확보가 발등의 불인 이번에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정부 정책기조 성장으로 U턴하나
시장에서는 경제정책 수장의 현실 진단을 ‘정책기조 변경의 예고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환율과 금리정책. 정부는 올 들어 물가가 무섭게 치고 올라가자 환율 하락(원화가치는 상승)을 용인하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3월과 6월 두 차례 인상하는 등 정책 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책기조를 바꾼다면 금리가 실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은 정부의 개입 여지가 제한적”이라며 “최근 몇 개월째 ‘열중쉬어’ 상태인 금리를 상황에 따라 내년쯤 내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